brunch

우리들만의 축제

by 블레스미

한국의 모든 것들이
여러모로
해외동포들을 살리고 있는
요즘이다.




그 덕을 보는 사람 중 한 명이
나.




다운타운에
한국 분이 운영하는
아트센터가 있다.




무용과 피아노를
가르치시는데
한글 수업도 하고 계셔서
내가 딴
자격증을 들이밀고
달라붙었다.




대도시가 아니기에
수요가 그리 많지는 않아
보조교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아트센터 원장님은
한국 전파에
진심이신 분




'Meet Up'이라는 쇼셜에
2달에 한 번씩
모임을 공지하는데
주제는
당연히 한국이다.




그걸 보고
관심을 갖고 찾아와
함께 즐기는 미국인들이
난 지금도 신기하다.




매년
첫 모임은 2월.
바로
일요일인 오늘이다.



2월이면
주제는 당연히 설이지.




이미
음력설은 지났지만
2월의 가장 큰 이벤트고
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주제이기에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인기가 있는 이유는
바로바로
음식.




역시
먹는 거엔 못 당하지.




다 같이 모여
potluck party를 진행했는데
원장님은
설음식 중
재료가 되는 몇 가지 메뉴를
직접 요리해서 준비하시고
참석자들도
함께 공유할 음식
한 가지씩을
가지고 왔다.




포크도 있지만
젓가락을 써 보겠다고
애쓰는 사람




이건 뭐냐
저건 뭐냐
호기심 가득인 사람




오늘만을 기다렸다며
가리는 거 없이
즐기는 사람




어디서
저렇게 듣고 배웠는지
한국말 중간중간 써 가며
지식 대 방출하는 사람




연예인, 드라마, 뷰티 등등
열변을 토하는 사람




이 모든 장면이 신기하다.




눈이 반짝하고
귀가 쫑긋 한 모습들을
보인다.




뭐가
저 사람들을
이렇게 만들었지?
왜?
어떻게??




신기하다 못해
그들의 사랑과 관심이
너무 고맙더라




자,
배를 채웠으면 이제 놀아야지




체험 수업으로
만두 만들기를 진행했다.
다들
덤플링은 알지만
만두는 모르기에
간단히 설명을 하고
시작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열심히도 듣는다.
다 큰 어른들이
그러고 있으니
귀엽기도
ㅎㅎㅎ




속 재료를 설명하고
만드는 방법도 보여주고 나니
가지각색의 만두가
탄생한다.




그것들을
얼른 쪄서 내놓았더니
이건
네가 한 거네
내가 한 거네
한바탕
웃고 떠들고 맛보고 즐기고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우리는 흥의 민족 아닌가
무용실에서
K pop 댄스 수업이
시작됐다.




금발의 미녀 쌤이
가르쳐 주는
K 댄스.




다들
다 큰 어른들이라 그런지
손 번쩍 들고
덤비는 사람은 없었지만
누구 하나가
총대 메고 시작하면
죄다
뛰어들 것 같은
분위기였달까




그러더니
한 명이 시작하고
둘셋넷이 되더니
하하호호 쿵짝쿵짝
난리가 나더라.




춤만 췄냐고?
당연히 아니지
우리에겐
오징어 게임이 있잖아!




어쩜
이렇게 딱 맞춰
개봉을 했는지
어쩜
이렇게
사람들을 홀리게 만들었는지




제일 인기 많았던 공기놀이,
몸 개그를 불러온 제기차기,
승부욕을 끌어낸 딱지치기




처음엔
남 하는 것 만 보더니
일단 시작이 되자
자기가 하겠다고
난리난리




얼마나
웃고 떠들었는지
오늘 온 사람들 모두
장수할 듯싶네


행사는
2시간 동안 진행된다고
해 놨는데
시간은 흘러 흘러
정해진 시간을 넘긴 지
오래다




그냥 놔두면
하루 종일을 놀 기세
유두리 있게
마지막 순서로 이끄는 것도
호스트의 역할 아니겠는가




너무 이쁜 내 새끼와
꺄르르 대며
계속 놀고 싶지만
육퇴를 기다리는
엄마 마음이랄까
ㅎㅎㅎㅎ




원장님은
마무리 순서로
White Elephant Game을
진행했다.




이 게임은
크리스마스에 하는
선물 교환 게임인데
White Elephant는
태국의 왕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신하에게 내리는
선물이었거든




키우는 데에
돈이 너무 많이 들지만
그 신성함에
버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
그러니
멀쩡하지만
나에게는 필요 없는 물건을
포장해 오면 되는 거다.




참가자들은 번호를 뽑고
그 순서대로
모아 놓은 선물 중
한 가지를 골라
그 자리에서 바로 뜯어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럼
그다음 사람부터는
모아 놓은 선물 중에
하나를 골라도 되고
앞 번호 사람이 뽑은 선물을
뺏어 올 수도 있다.




그런 식으로
한 바퀴 돌고 난 후
선물을 뺏긴 사람은
남은 선물 중에 하나를 고르거나
다른 사람의 것을
다시 뺏을 수 있는데




뺏기기 싫은 자는
제발 가져가지 말아 달라고
사람들에게 절절매기도 하고
뽑은 선물이
맘에 들지 않은 자는
제발 내 걸 뺏어 가 달라고
열렬히 홍보를 하기도 하지




그 과정이
이 게임의 재미다




초면들 인지라
눈치는 살살 보지만
결국
본인들이 원하는 대로
직진이다
끝을 향해 갈수록
아수라장에 포복절도


짧은 시간 동안
아주 알차게 놀았다
숨 가쁘게 즐겼다




그래서 그런지
다들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고
bye를 말하는 이들 또한
오늘의 소감을
이어서 말하느라
손만 백만 번째 흔들고 섰다.




모두의
마지막 표정이 좋았다
오늘 하루를
다 말해주는 느낌이었다




초면의 어색함으로
날려버렸던
초반의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고
그지 발싸개 같은 영어로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주는 그들에게
고마웠다.




아시안이면
무조건
중국이냐 일본이냐
묻는 나라에서
그 사이에 작게 자리 잡은
한국을
알아봐 주고
관심을 가져 주고
사랑해 줘서 감동이었고




다들
어디 숨어 있다 나온 건지
앞으로도
크고 작게 함께 했으면 좋겠더라




K열풍이여 영원하라!
K forever!!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해피 발렌타인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