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천지인 한국에선
노후에
전원주택 살이를 꿈꾼다고 한다.
크고 화려하지 않아도
주변 세대 간섭 없는 단독 주택에
파릇한 잔디가 깔리고
작은 텃밭을 가꾸는 상상
그 속에 파묻혀
커피 한 잔의 여유도 떨고
지인들 불러 놓고
바비큐도 하는 상상
그야말로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는 꿈
하지만
얼마 못 가
되팔고 나오는 사람이
절반이라더라
노후에 힘 딸리는데
직접 관리할 게
어마 무시한 거지
또
그 관리는
늙었다고 공짜겠냐
다 내 돈이다 내 돈
반대로
이곳은
아파트보다 주택이 더 많은 나라
심지어
10년 된 집은 신생아 취급이고
100년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곳.
뭐
주인이 원하면
부시고 다시 짓겠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고택에 대한 사람들 인식이 다르다.
그러니
자연히
핸디맨들의 영역이 넓고
몸값이 꾸준히 높다.
역시
사람은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걸
최고로 잘 증명하는 나라다.
지금껏
렌트 하우스에 살았기에
고장 나거나
수리가 필요한 부분은
집주인을 부르면
해결될 일이었지만
이젠 독고다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새로 지은 집으로
들어왔다는 거.
불안 요소가 있긴 하지만
사전 점검도
두 차례나 꼼꼼히 했고
2년의 워런티가 있으니
큰 걱정은 없다.
아직은
보수 유지 보다
현상 유지에 공들일 시간.
집 안은
남의 집 살듯이
문지르고 닦고
조심조심이면
어느 정도 된다 싶은데
문제는 밖이다.
식물과
잔디라는 녀석들을
상대해야 한다.
알맞은 간격으로 심어진
작은 초록이들이
무성하게 뒤엉키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트림을 해 줘야 한다.
큰 나무들은
옮겨 심어진 초기라
약도 먹여가며
잘 살펴봐야 한다.
죽으면
돈 주고 사람 불러
뽑아야 하거든
그리고
이 초록이들이 심어진 공간을
흙으로 그냥 두는 게 아니라
mulch라는 나뭇조각들을
덮어 줘야 하는데
이 또한
1~2년에 한 번씩
갈아줘야 한다.
잔디는
여름이 되면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지라
매주 깎아 줘야 하기에
관리하는 업체에 맡기거나
잔디 깎기를 사다가
셀프로 한다.
그 와중에
잡초가 발견되거나
민들레가 퍼지지 않도록
제초제는 필수
꽃삽질은 선택.
겨울이 되면
잔디 깎이는 잠시 멈춤이지만
봄이 오려는
이맘때쯤이면
겨울을 이겨낸 아이들에게
제초제 + 영양을
뿌려 준다.
비축한 힘으로
가장 먼저
무섭게 뚫고 나오는
잡초를 막아 서고
겨울 동안
비실 해진 아이들이
무성하고
빽빽한 잔디로 되어 달라고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는 거지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이 모오든 초록이들에게
물을 줘야 한다는 것
겨울은 제외하고
나머지
3 계절 동안 실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거나
호스로 직접 뿌려준다.
왜
하이라이트냐고?
이 기간 동안
물세가 장난이 아니거든
애들 살리는 일이지만
돈 나가는 거 보면
내가 죽겠다 싶거든
이것도 돈
저것도 돈
그럼
하지 말지 왜 하느냐
뭐 하러 그렇게까지 꾸미고 있느냐
내 집인데 내 맘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니냐
어,
아냐
해야 돼
이곳엔
HOA라는 게 있다.
한국으로 치면
관리 사무소라고 해야 하나??
아파트 주민들이 낸 관리비로
아파트 단지 안의
모든 관리를
관리 사무소가 하듯이
이곳
주택단지 주민들은
매달 일정 금액을
내게 되어 있고
그 돈으로
HOA는
단지 안을 관리한다.
(HOA가 없는 집도 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하는데
각각의 주택들이
잘 관리되고 있는지
검사도 한다.
첨엔
지가 뭔데 내 집을 검사해?
했는데
그렇지 않으면
더럽고 지저분해지는 건
시간문제라
단지 이미지도 있고
집값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드 보면
집들이
다 단정하고 깔끔하게
착착착 줄지어 있지?
그거야 그거
그래서
모든 것에 대해
세밀한 규정을 가지고 있고
범위도 상상 초월이다.
불시 검문을 돌다가
기준에
어긋나는 집이 있으면
경고장을 날린다
백 야드는 사유지라
그 안까지 들어오진 않는데
이걸 어떻게 알았지? 하는
경우가 있다면
그건
이웃집에서 신고했을 수도.
더러워서 같이 못 살겠다고 말야
그러니
집 주변은 항상
깨끗 반듯하게
유지하도록 한다
거기에 플러스
집을 아름답게 꾸미는 건
집주인의 자존심과
격을 보여 주는 일이다.
그래서
기준에 맞는 선에서
장식을 하고 꽃을 심어
내 코가 하늘에 닿도록 하지.
슬슬
날이 풀리기 시작하니
조용하던 동네가
주말이 되면
이 집 저 집에서
사부작 대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 봄이 되니
시동들을 거는 거지
눈치 게임하듯
누구 하나가 시작하면
지금이구나 하고
하나 둘 이어진다.
이쯤에
해야 하는 건
제초제와 영양제 살포
남편이
퇴근하면서 사 온 걸
오늘 뿌릴 작정이다
내일
약간의 비가
예정되어 있으니
아주 그냥 딱 이네
고르게 뿌리기 위해
장비를 사용한다.
이 작은 수레에 넣고
밀고 다니면
세팅해 놓은 양만큼
흩뿌려지는 원리
어느 한 곳에 뭉침도 없이
힘들이지 않고
끝낼 수 있다
슬슬
겨울을 난 초록이들도
챙겨 줘야 하겠고.
새 잎이 올라오기 전에
누런 갈대도
잘라 줘야 하겠고.
봄이 오면
노랑 빨강
오만가지 꽃들을
팔기 시작할 테니
앞 뜰에 예쁜이들을 심어야겠다.
2025년을 강타할 블록버스터급 전원일기
지. 금.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