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순, 첫눈이 오고 꽤 쌀쌀해진 스위스 제네바에서 평소 잘 찾지 않던 핫도그가 유독 생각났다..
어쩜!!!
12월 첫날 저녁, 제네바 레만 호수를 따라 열린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태극기를 당당히 걸어둔 가게가 있어 좀 가까이 가서 보니 모짜렐라 치즈와 소시지 꼬치를 반죽에 빙 두른 뒤 즉석에서 기름에 튀겨주는 그 추억의 핫도그를 파는 것이다.
아니.. 무려 제네바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태극기 단 한국식 핫도그를파는 가게를 보다니!!!
제네바 크리스마스 마켓 초입 코리안 핫도그 가게
한국 가면 먹고 싶은 긴 음식 리스트 중 하나여서 기다리고만 있던 차에 유독 반가웠다.
뿐만 아니라, 보통은 유럽에서 더욱 흔하게 보게 되는 중국도 일본도 아닌 한국 스트리트 푸드가 이번 마켓에 입점해 있다는 게 신기했다.
게다가 그 여느 인기 있는 타코, 케밥, 치즈퐁듀, 수제버거 등 가게들보다도 가장 긴 줄을 자랑하며 크리스마스 마켓 입구에 태극기를 달고 자리하고 있는 가게를 보는데 마치 내가 만든 핫도그인양 무척이지 자랑스러웠다!
가장 대기줄이 길었던 코리안 핫도그 가게 앞
'흠.. 역시 여기 사람들도 이 맛을 아는구먼!, 'K-푸드가 이제 유명하긴 하지'하며 마켓 내부 길을 막을 정도로 긴 줄을 뿌듯해하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우와!!! 대기줄이 이렇게나 길다고!!!
이제 우리도 먹어볼까? 하고 줄에 합류했다. 날은 쌀쌀한데 워낙 대기줄 길어 좀처럼 우리 차례가 오지 않자.. '한국만큼 맛있을까?', '차라리 다른 먹거리를 찾아볼까?'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었다. 그래도.. 맛은 봐야겠지 하며 기다리는데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다만, 주문하는데 순간 살짝 실망했던 점은 가게 주인이 한국인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의 아이디어이자 직접 만들어 판매했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싶은 생각이 스쳤다. 그와 동시에 과연.. 한국 사람이 만든 게 아닌데 싶은 생각에 순간 기대감도 줄었다.
그렇게 어렵사리 줄을 서서 받은 수제 핫도그를 기대 반 의심 반 한 입 베어무는데.. 갓 튀겨 따뜻하고 바삭한 튀김빵과 쭈욱하고 늘어나는 모짜렐라 치즈가 입 안에 느껴지며 '오! 이 맛이다!' 그리고 동시에 '맛있어서 너무 다행이다!' 싶었다.
갓 튀겨 맛있게 먹은 추억의 핫도그
왜냐하면 태극기를 단 만큼 코리안 음식이라는 것을 알고 기다리는 것일 텐데, 제대로 된 한국 스트리트 푸드를 여기 현지 사람들이 먹어봤으면 했기 때문이다.
추억의 핫도그로 한층 업된 상태로 구경하는 마켓이라 더욱 즐거웠다. 호수가라 살짝 쌀쌀한데도 한발 한발 걸을 때마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나며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가게마다 선보이는 다양한 나라의 거리 음식을 구경할 수 있어추위도 잊은 채 구경했다.
제네바 크리스마스 마켓 중앙 트리
마켓 중앙 큰 크리스마스트리 옆 탄두리와 카레 등 인도 음식을 파는 가게에서 먹은 탄두리 랩(tandoori wrap) 또한 기대 이상이었다. 작은 가게 안에 설치된 인도식 화덕에서 바로 구운 난(naan)에 탄두리 치킨과 야채를 듬뿍 넣고 돌돌 싸서 건네받은 탄두리 랩 또한 너무 맛있었다.
레만 호수를 따라 열린 제네바 크리스마스 마켓
다른 주요 유럽 도시들에 비하면 크지 않지만 활기찬 현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으며, 스위스 음식뿐 아니라 에스닉 음식부터 포르투갈, 헝가리 등 다른 유럽 나라의 음식까지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어 겨울 제네바에 오면 한 번은 꼭 들려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