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천상병(1930~1993)=일본 출생. 시인, 평론가. 마지막 순수시인이라 불림. 박정희 정부 시절 동백림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고문을 당했다. 저서로 시집 ‘새’ ‘귀천’ 등 다수.
천상병 시인하면 천진무구한 기인으로 기억된다.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모진 고문을 받아 폐인이 되다시피 했다. 인생 후반기를 무직, 가난, 주벽으로 장식했다. 친구한테 막걸리 값으로 천 원짜리 한 장 받아 들고 활짝 웃는 사람으로 각인돼 있다.
그는 과연 행복했을까? 보통 사람들의 시선으로 보면 결코 행복할 수가 없다. 고문 후유증으로 아이마저 가질 수 없게 되었으며, 정신병력 등으로 돈 벌 능력이 없었기에 평생 아내에게 의식주를 의지해야 했다.
하지만 그가 남긴 ‘행복’이란 시를 보면 자신이 처한 상황을 무한 긍정하며 살았다는 느낌을 준다. 불평불만은 티끌만큼도 없지 않았을까 싶다. 서두에 소개한 시가 그것이다. 더 이상의 재물욕심, 지식욕구, 명예욕도 없단다. 자식 없는 것을 국가 고문 탓하기보다 걱정이 없어 좋단다. 아내가 사주는 막걸리 한 잔에 마냥 흡족해하는 모습이다.
천상병은 능력이 탁월한 문인이긴 했지만 건전한 세계 시민이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그러나 시 한 편을 통해 사람이 행복하려면 무엇보다 만족하고 감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은 분명하다.
그는 가톨릭 신자였다. 하느님 백을 가졌으니 불행하지 않다고 노래한 이유다. 그는 ‘귀천’이란 시에서 인생을 소풍이라고 묘사했다. 이 시 끝 부분이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