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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Aug 26. 2022

<16> 불평불만 없는 사람이
행복하다

-천상병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느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백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


*천상병(1930~1993)=일본 출생. 시인, 평론가. 마지막 순수시인이라 불림. 박정희 정부 시절 동백림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고문을 당했다. 저서로 시집 ‘새’ ‘귀천’ 등 다수.



천상병 시인하면 천진무구한 기인으로 기억된다.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모진 고문을 받아 폐인이 되다시피 했다. 인생 후반기를 무직, 가난, 주벽으로 장식했다. 친구한테 막걸리 값으로 천 원짜리 한 장 받아 들고 활짝 웃는 사람으로 각인돼 있다.  


그는 과연 행복했을까? 보통 사람들의 시선으로 보면 결코 행복할 수가 없다. 고문 후유증으로 아이마저 가질 수 없게 되었으며, 정신병력 등으로 돈 벌 능력이 없었기에 평생 아내에게 의식주를 의지해야 했다.

 

하지만 그가 남긴 ‘행복’이란 시를 보면 자신이 처한 상황을 무한 긍정하며 살았다는 느낌을 준다. 불평불만은 티끌만큼도 없지 않았을까 싶다. 서두에 소개한 시가 그것이다. 더 이상의 재물욕심, 지식욕구, 명예욕도 없단다. 자식 없는 것을 국가 고문 탓하기보다 걱정이 없어 좋단다. 아내가 사주는 막걸리 한 잔에 마냥 흡족해하는 모습이다.


천상병은 능력이 탁월한 문인이긴 했지만 건전한 세계 시민이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그러나 시 한 편을 통해 사람이 행복하려면 무엇보다 만족하고 감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은 분명하다.


그는 가톨릭 신자였다. 하느님 백을 가졌으니 불행하지 않다고 노래한 이유다. 그는  ‘귀천’이란 시에서 인생을 소풍이라고 묘사했다. 이 시 끝 부분이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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