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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Aug 16. 2022

<15> 사랑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1908~1967)=경남 통영 출생. 아호는 청마(靑馬). 서정주, 김동리와 함께 생명파 시인으로 활동. 극작가 유치진의 동생. 시집으로 ‘청마 시초’ ‘생명의 서’ 등 다수.



청마 유치환의 시 ‘행복’의 마지막 부분이다. ‘행복’은 그의 또 다른 시 ‘깃발’만큼이나 많이 읽히는 작품이며, 대표적 연시(戀詩)다.


1947년, 통영여중 국어 교사이던 유치환은 가사 교사로 부임해온 이영도에게 연정을 느끼며 사랑의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당시 유치환은 39세 유부남, 이영도는 10년 전 남편과 사별한 31세 시조시인이었다. 거의 매일 편지를 쓰다시피 한 유치환은 3년 만에 이영도의 마음을 얻었으나 현실은 플라토닉 사랑에 머물러야 했다. 


유치환이 보낸 편지는 1967년 교통사고로 사망할 때까지 무려 5000통에 이르렀다. 이를 보관해오던 이영도는 200여 통을 골라 서간집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를 펴냈다.


유치환은 이영도를 사랑한 만큼이나 고통 또한 컸을 것이다. 남들이 감성적 언어로 플라토닉 사랑이라고들 하지만 사실은 정신적 불륜을 저지른 셈이다. 주변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눈치챈 아내의 가슴앓이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또 결혼으로까지 이어갈 수 없는 사랑의 한계를 마냥 안타까워했으리라 짐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치환은 분명 행복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시를 짓고, 편지를 쓰고, 그걸 부치려고 우체국을 오가는 순간순간이 행복에 겨웠으리라.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답장을 기다리는 마음 또한 꽤나 큰 행복이었을 것이다.  


시인은 사랑을 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한다. 그렇다, 사랑은 원래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다. 남녀 사이뿐만 아니라 가족 간, 친구 간, 이웃 간에도 사랑의 손을 먼저 내밀 때 진정으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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