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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Oct 31. 2022

<13> 자발적 가난이 행복일 수도
있다

-에른스트 슈마허

“작은 것은 자유롭고, 창조적이며, 효과적이며, 편하고, 즐겁고, 영원하다.”

 

*에른스트 슈마허(1911~1977)=독일 출신의 영국 경제학자, 환경운동가. 개발도상국 경제 발전에 유용한 ‘중간기술’ 개념 보급에 공헌. 저서로 ‘작은 것이 아름답다’ 등 다수.


 

슈마허는 실천적 경제학자다. 경제학을 연구하면서 인간이 진정으로 행복하려면 어떤 자세로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지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모델 연구에도 관심이 컸다.


그의 대표작 제목이 말해주듯 크거나 많은 것보다 작거나 적은 것이 오히려 아름답다는 전제하에 자발적 가난을 실천해보라고 조언한다. 그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라는 생각이다. 첫머리에 소개한 문장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 나오는 말이다.


사실 자발적 가난은 정통 자본주의 경제 이론에 역행한다. 끝없이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형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복이라는 잣대로 본다면 반드시 틀렸다고 보기 어렵다. 물질만능주의, 배금주의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자발적으로 소유를 적게 하면 자족적 삶을 통해 인생이 더 풍요로울 수도 있다. 다만 전제 조건이 있다. 소유 욕망을 줄이지 않으면 안 된다. 슈마허는 이렇게 말했다. “욕망을 키우거나 확장하는 것은 지혜와 대립된다. 욕망이 커지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에 점점 의지하게 되며, 그래서 생존을 위한 두려움도 커진다.”


욕망을 줄여 자발적 가난을 스스로 선택한다면 행복은 쉽게 다가올 것 같다. 그것은 가난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는 자유로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돈과 권력과 명성을 얻고자 자아를 상실한 채 인생을 타인의 운명에 맡기는 삶으로부터 해방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도 진작 상륙한 미니멀리즘 바람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 소유를 줄임으로써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자는 생각이다. 물질적인 소유뿐만 아니라 심리적, 정신적 소유를 포함하는 말이다.


경쟁과 속도전에서 벗어나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을 정도만 가질 때 행복할 수 있다고 슈마허는 말했다. 그렇다. 덜 풍요로운 것이 더 큰 행복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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