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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Nov 05. 2022

<22> 인생의 행복한 순간 33가지

-김성탄

“넘치는 물이 출렁이듯 제 자식들이 옛 글을 줄줄 외우고 있다. 그것을 차분히 지켜본다. 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냐.”

 

*김성탄(1608~1661)=중국의 명말 청초 시기 문예비평가, 시인. 희곡과 소설을 처음으로 정통 문학에 편입. 장자, 두시, 수호지 등을 비평한 ‘성탄육재자서’ 저술. 


 

김성탄은 인생을 소신껏 살다 간 문학가다. 문재가 뛰어났지만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으며, 평생 비평가의 길을 걸었다. 시도 즐겨 읊었다. 


그의 삶은 호방하고 기개가 높았다. 관리들의 폭정을 비판하고 민중들의 삶을 어루만졌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사당에 나가 폭정을 고발했다가 ‘선제의 영령을 뒤흔들어 놀라게 했다’는 죄목으로 처형당했다.


언행을 소신껏 하고, 힘없는 자를 도우며 살았기에 그의 마음은 언제나 기쁨으로 충만했을 것이다. 또 관직을 탐하지 않은 데서 알 수 있듯 큰 욕심이 없었다. 일상의 소소한 일에서 행복을 찾으려 한 것 같다.


그가 남긴 ‘인생 33락’에 그런 마음이 오롯이 새겨져 있다. 절에 갔다가 장마로 열흘 동안 갇혀 있으면서 인생의 유익한 순간들을 심심풀이로 정리해봤다는 게 그것이다. 서두에 소개한 문장은 그중 하나다. 자식들이 공부를 잘하고, 또 열심히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이 자못 유쾌하단다.


33락 중엔 이런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성 안에서 가장 인색한 것으로 소문난 구두쇠 영감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난한 선비에게 필요한 돈을 건네준 다음 술 한잔 같이 하자고 말할 때, 창문을 열어젖히고 방 안의 벌을 몰아냈을 때, 겨울밤 창문을 열었는데 함박눈이 10센티 이상 쌓여 있을 때, 여름철 큰 쟁반에 올려진 수박을 잘 드는 칼로 자를 때, 사타구니에 난 습진 없애려고 뜨거운 김을 쏘일 때…. 


김성탄의 이런 행복 정도는 구하기 어렵지 않다.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세상사 모든 일이 행복할 수 있다. 유대인들이 매일 잠자기 전 하루 동안 감사했던 일을 100가지 이상 찾는다는 것과 유사해 보인다. 감사하다고 생각하면 모든 일이 감사한 일이다. 


역시 행복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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