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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Nov 05. 2022

<23> 행복은 동심에서 나온다

-이탁오

“나이 50 이전까지 나는 참으로 한 마리 개였다. 앞에 있는 개가 그림자를 보고 소리 내어 짖으면 나도 따라서 짖었다. 만약 누가 나더러 짖는 이유를 물어본다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마냥 벙어리처럼 마냥 웃을 뿐이었다.”

 

*이탁오(1527~1602)=중국 명나라 사상가. 엄격한 유교사상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이단임을 자처했으며, 결국 사문난적과 혹세무민을 이유로 감옥에 갇혔다가 자결함.


 

이탁오는 중국 역사에서 아주 기이한 지식인이다. 질식할 것 같은 성리학의 교조적 가르침을 목숨 걸고 뿌리친 사상적 이단아다. 


서두에 소개한 문장은 그의 대표작 ‘분서’에 나오는 말이다. 삶에 대한 처절한 자기반성이다. 공자, 노자 등 옛 성인들의 가르침이 위대하지만 후세 학자나 선비들이 맹목적으로 따르거나 곡학아세 하는 모습에 염증을 느낀 것이다.


이탁오는 나이 50을 넘기면서 인생을 새롭게 자각하고 더 이상 개 같은 삶을 살지 않기로 다짐했다. 이제 남의 생각을 따르는 삶이 아니라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보통 나이가 들면 그때까지 얻은 지식이나 지혜를 더 견고하게 다질 터인데, 이탁오는 반대로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순수함을 되찾아 주체성을 꽃피우지 않고는 진리와 행복을 얻을 수 없다고 자각한 것이다. 이때 그가 주목한 것은 어린아이의 마음, 동심(童心)이었다. 


동심이란 거짓이 없고 순수하고 참된 것으로 가장 먼저 갖는 본래 마음이다. 사회의 견문으로 오염되면 연극을 직접 보지 못한 채 군중에게 떠밀려 저 뒤쪽으로 쫓겨나는 난쟁이가 되어 진리에 도달하지 못하고 남의 평가를 절대적인 것으로 믿어버리기 일쑤다.”


누구든지 진리와 행복을 원한다면 동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간절한 외침이다. 동심은 진실과 순수, 주체성을 포괄하고 있다. 그가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개인 행복이나 남녀평등을 대놓고 주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사상적 배경 덕분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진리와 행복은 세상에 오염되기 전, 즉 원래 갖고 있던 ‘자기다움’을 되찾을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다. 동심 회복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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