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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Nov 08. 2022

<28> 홀로 있음의 행복

-이백

“꽃밭 가운데 술 항아리/ 함께 할 사람 없어 혼자 마신다/ 술잔 들어 밝은 달 모셔오니/ 그림자까지 셋이 되었구나/ 그러나 달은 술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 또한 그저 내 몸 따라 움직일 뿐/ 그런대로 달과 그림자 데리고/ 이 봄 가기 전에 즐겨나 보리로다/ 내가 노래하면 달 서성이고/ 내가 춤을 추면 그림자 함께 어른거린다/ 깨어있을 때는 함께 즐기지만/ 취하고 나면 또 제각기 흩어져 가겠지/ 아무렴 우리끼리의 이 우정 길이 맺어/ 이다음엔 은하수 저쪽에서 다시 만나세.”

 

*이백(701~762)=중국의 당나라 시인. 대표적 낭만주의 시인. 두보와 더불어 중국 역사상 최고의 시인으로 분류되며 ‘시선(詩仙)’이라 불림. ‘월하독작’ ‘장진주’가 대표작.


 

월하독작(月下獨酌, 달빛 아래 홀로 술을 마시며) 전체 4수 중 제1 수다. 술의 시인, 달의 시인 이백의 본모습이 잘 그려진 시다. 


이백은 평생 방랑생활을 했다. 자그마한 벼슬을 몇 번 지냈지만 성에 차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서는 정치적 승부를 걸었으나 실패하는 바람에 유배생활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술이 항상 곁을 지켰다.


술자리에서 시인은 외로움을 토로한다. 술과 꽃, 달이 있지만 함께 마실 사람이 없어서다. 달이 술 마실 줄 모르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그림자가 있은들 술친구가 될 순 없다. 하지만 노래와 춤으로 봄 밤을 즐긴다. 달과 그림자는 술 깨면 헤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인은 하룻밤 사이에 둘과 우정을 쌓았기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한다.


시인은 처음엔 외로웠지만 마지막엔 꽤나 즐거웠으리라 생각된다. 애써 고독을 즐겼기 때문이다. “외로움이란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하는 말이고, 고독이란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는 말이다.” 신학자 폴 틸리히는 이 둘을 구분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렇다. 고독은 혼자 있어도 슬프지 않다. 다만 정신적인 활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색, 명상, 독서, 일기 쓰기를 하라고 권하는 이유다. 이는 모두 자신과의 대화다. 이백도 달, 그림자와 정신적 대화를 했기에 외롭지 않았다. 


홀로 있음이 행복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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