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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Jul 20. 2023

<1> 절망의 문 뒤에는 언제나
희망이 미소 짓고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에이브러햄 링컨(미국 제16대 대통령)의 좌우명


옛 이스라엘의 다윗 왕이 어느 날 보석 세공사를 불러 이런 지시를 했다. 


“나를 위해 반지를 하나 만들어라. 현자들의 도움을 받아 내가 큰 전쟁에서 이겨 사람들이 환호할 때 교만하지 않고, 내가 큰 고통의 골짜기에 빠졌을 때 좌절하지 않을 수도 있는 멋진 글귀를 그 반지에다 새겨 넣도록 하라.” 


세공사는 반지를 만들어 현명하기로 소문난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왕의 말을 전했다. 솔로몬은 거침없이 이런 글귀를 그에게 건네주었단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다윗 왕은 이 글귀가 새겨진 반지를 받고는 흡족해하며 큰 상을 내렸다. 유대 사회에 전승되고 있는 우화다.


이 글귀는 중세 페르시아의 어느 시인에 의해 인용되었다가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의 연설을 거치면서 유명해졌다. 링컨은 1859년 9월 위스콘신 주의 어느 농업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동방의 어떤 왕이 현자들에게 자신이 모든 상황에서 되새기기에 알맞은 문장을 하나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답니다. 현자들은 그에게 다음과 같은 문장을 주었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얼마나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는 문장인지! 자만심에 빠졌을 때 얼마나 정신 차리게 해주는 문장인지! 고통의 시간에 얼마나 위안을 주는 문장인지!”


링컨은 일찌감치 이를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다. 교만하지도, 좌절하지도 않는 평정의 마음가짐, 그는 이런 자세로 1년 후 미국 대통령이 되고, 노예해방선언과 함께 4년간의 남북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끈다.


링컨의 56년 인생은 실패와 고난고통의 연속이었다. 시골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불과 9세 때 어머니의 죽음을 맞았으며, 19세 때 유일한 피붙이 누나를 잃었고, 27세 땐 사랑하는 약혼녀의 죽음을 경험해야 했다.  


또 20대엔 사업에 두 번이나 실패했으며, 이후 의원 선거와 공천에서 여러 번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아내에겐 심한 히스테리 증세가 있었고 41세 때 둘째 아들, 53세 때 셋째 아들의 참척을 겪어야 했다. 대통령으로 재임한 4년은 거의 전 시기를 피비린내 나는 전쟁으로 노심초사하며 보냈다.


공식적인 이력만 봐도 링컨이 평생 우울증에 시달린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자신도 모르게 자살을 결행할 수 있다는 생각에 권총이나 칼을 평생 몸에 지니지 않았다. 연이은 실패로 눈앞이 캄캄할 때 좌우명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되뇌면 큰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더불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고, 남북전쟁에서 승리했을 때는 자만에 빠지지 않도록 붙들어주는 역할도 했을 것이다.


이 글귀는 불교에서 말하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을 떠올리게 한다. 우주 만물은 항상 돌고 변하여 잠시도 한 모양으로 머무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무리 큰 슬픔이 닥치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기쁨이 찾아올 것이며, 반대로 큰 기쁨을 맞이한 사람도 언젠가 슬픔의 골짜기로 걸어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그런 것이다.


그러니 세상만사 일희일비할 이유가 없다. 특히 지금 이 순간 삶이 아무리 고달파도 포기해선 안 된다. 


절망의 문 뒤에는 언제나 희망이 미소 짓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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