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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Jul 21. 2023

<2>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다

"내 인생의 가장 큰 업적은 살아있다는 것이다."

-스티븐 호킹(영국의 천체물리학자)의 좌우명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던 20세 청년. 도서관 앞 계단을 내려오다 갑자기 몸에 힘이 빠지면서 넘어진다. 어이없는 일이다. 헛디뎠거니 생각했지만 얼마 뒤 같은 경험을 또 하게 된다. 3년 전 입학해 줄곧 조정 선수로 활동할 정도로 건강을 자신했던 그다.


이듬해 케임브리지 대학원에 진학한 청년은 친구들과 어울려 중동여행을 다녀올 정도여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지만 힘 빠지는 현상은 가끔씩 계속되었다. 주위의 권유로 병원을 찾은 청년은 의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게 된다.


“루게릭 병입니다. 몸속의 운동신경이 차례로 파괴되고 전신이 뒤틀리게 될 것입니다. 통계적으로는 2년 이상 생존하기 어렵습니다.”


한때 인류 최고의 지성, 현대 과학의 아이콘이라 불렸던 스티븐 호킹(1942~2018) 이야기다. 그는 2년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무려 55년 뒤인 76세까지 살다 갔다. 오진 논란 속에 의학계에선 기적이라 불린다.


호킹의 삶은 의학적 기적이기 이전에 인간 승리의 상징이다. 그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동요되지 않았다. 점차 온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지만 학문에 대한 열정은 오히려 그때부터 불타올랐다. 특수장비와 컴퓨터를 장착한 휠체어를 이용해야 할 정도로 활동하기 힘들었지만 연구와 저술, 강연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사랑도, 결혼도, 출산도 순조로웠다.


블랙홀과 빅뱅 연구에 획기적인 성과를 내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고, 그것에 힘입어 대중 저서 ‘시간의 역사’는 1000만 부 이상 팔렸다. 사상 최연소 영국왕립학회 회원이 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호킹은 루게릭 병과 싸우면서 “내 인생의 가장 큰 업적은 살아있다는 것”이란 말을 즐겨했다. 인생 좌우명인 셈이다. 처음 의사가 시한부 선고를 했을 때 얼마나 두려웠겠는가. 43세 때 목소리까지 잃으면서 사실상 전신마비가 찾아왔을 때는 모든 걸 포기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암담했을 것이다.


사실 그가 병마와 싸운 55년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살았다고 봐야 한다. 갑자기 죽음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절망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연구와 강연을 계속했으며, 건강한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발 밑만 내려다보지 말고 고개 들어 별을 바라보라.”


그렇다. 호킹의 가장 큰 업적은 위대한 과학적 성취가 아니라, 극한의 역경 앞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음을 세계인들에게 보여준 것이라고 해야겠다. 살아있다는 사실은 누가 뭐래도 인간 개개인의 가장 중요한 명제이기 때문이다.


질병이나 장애는 인생의 동반자다. 사실 우리 모두는 정도의 차이일 뿐 온갖 질병이나 장애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희망을 갖고 주어진 시련을 당당하게 극복하려는 사람에겐 별 것 아니다. 시련의 크기만큼 인생길의 귀한 채찍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좌절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늘 이 시간 사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 휠체어에 의지한 호킹의 모습을 떠올려 보라. 


누구에게나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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