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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Jul 23. 2023

<3> 고난 뒤엔 반드시 성공이
손짓한다

“고난을 헤치고 환희로.”

-루트비히 판 베토벤(독일 출신 음악가)의 좌우명


베토벤(1770~1827)의 제9번 교향곡 ‘합창’을 자주 듣는 편이다. 이른 아침 식탁에서 만나는 악성(樂聖)의 아름다운 선율은 내게 자그마한 행복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듯 나도 ‘환희의 송가’라 불리는 제4악장을 특별히 즐긴다. 경쾌하면서도 변화무쌍한 리듬감이 하루의 시작을 활기차게 만든다.


오케스트라 오프닝 연주에 이어 베이스 독창자가 나와 “오 친구여, 이런 곡조는 아니오, 더 즐겁고 환희에 찬 곡조를 노래합시다”라고 부르짖는다. 그리고는 강력한 설득력을 지닌 기쁨의 선율이 펼쳐진다. 뒤이어 터키풍 행진곡과 느리면서도 장중한 음악, 환상의 멜로디가 어우러진 변주, 소나타와 협주곡이 합쳐진다. 가사 한마디만 음미해 보자.


“이 세상 모든 존재는 환희를 마셔라/ 자연의 품속에서/ 착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이나/ 환희의 장미 핀 오솔길로 나아가라.”


베토벤이 이 교향곡을 완성한 것은 죽기 불과 3년 전인 1824년, 54 때였다. 그의 음악 인생을 마무리하는 최고의 걸작이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빈의 한 극장에서 초연되었을 때 베토벤은 청중들의 환호를 전혀 들을 수가 없었다. 귀가 거의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30여 년 전부터 구상했던 필생의 작품이 대성공을 거뒀다는 전언에 그는 더없이 기뻤을 것이다. 자기한테는 고난 극복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베토벤은 작곡과 피아노 연주로 유럽 각국에 제법 이름이 알려지던 26세쯤부터 청각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음악가에게 청각 장애는 치명적인 질병 아닌가. 실의에 빠진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는 주저앉지 않았다. 주어진 고난에 무릎 꿇지 않으리라 다짐에 다짐을 거듭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운명에 굴복해서는 안 돼. 단호하게 운명의 멱살을 잡고 말 거야.”


그는 독일 작가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환희에 붙임’에서 용기를 찾은 듯하다. 언젠가는 반드시 이 시를 재구성해 교향곡을 만들기로 다짐한다. 그리고 마음에 와닿는 시구 ‘고난을 헤치고 환희로’를 인생 좌우명으로 삼았다. 그럼에도 청각 장애에 따른 불안이 얼마나 컸겠는가. 베토벤은 32세 때 자살을 염두에 두고 동생 앞으로 유서를 썼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고쳐먹는다. 


“죽음이여 언제든지 오라. 나는 당당히 네 앞으로 가 너를 맞으리라.” “그러나 예술에 대한 나의 열정을 여기서 멈추게 할 수는 없지.”


베토벤의 위대함은 음악적인 성취만으론 절대 설명할 수 없다. 불굴의 의지로 운명에 맞서 싸워 이긴 승리자이기에 위대한 것이다. ‘고난을 헤치고 환희로’라는 좌우명이 그의 삶과 음악에서 온전히 실현되었기에 후세 사람들에게 칭송받는 것이다. 그는 이 시간 실의에 빠진 우리 모두에게 삶의 새로운 에너지를 장착해 준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고난의 연속이다. 하지만 불굴의 의지로 극복하지 못할 고난은 없다. 신은 공평하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고난 뒤에 반드시 성공과 행복이 손짓한다. 고난이 행복의 시작일 수도 있다. 


채근담이 용기를 보태준다. 


“역경과 곤궁은 호걸을 단련하는 도가니와 망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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