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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Jul 27. 2023

<6> 학습 부진 독서왕은 결국
성공했다

“재능이 남만 못하다고 스스로 한계를 짓지 마라.”

-김득신(조선 중기의 문인)의 좌우명



조선 중기 시인이자 문장가 김득신(1604~1684)을 생각하면 머리 나빠 공부 좀 못한다고 좌절할 일은 절대 아니다. 누구나 꾸준히 공부하기만 하면 언젠가 목표한 바 이룰 수 있음을 온몸으로 보여준 사람이다. 대기만성의 표본이다.


그는 전형적인 학습 지진아였음에도 끈질기게 독서한 결과 38세에 진사시에 합격하고 58세에 과거시험 문과에 급제했다. 요즘으로 치면, 지능이 낮아 학창 시절 성적이 꼴찌 근처에 맴돌았으나 열정적인 독서 덕분에 약 50세에 9급 공무원이 되고 70세에 고등고시에 합격하는 저력을 보여준 셈이다. 


김득신은 할아버지가 임진왜란 때 큰 공을 세운 진주목사 김시민이고, 아버지가 경상도 관찰사를 지낸 명문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어릴 적 천연두를 심하게 앓아 뇌가 손상되었는지 학습 능력이 지나치게 부진했다. 금방 배운 것도 돌아서면 까먹었다. 10세 넘어서야 떠듬떠듬 읽을 수 있었고, 20세 무렵에야 겨우 글을 지을 수 있었다. 


그의 건망증에 관한 일화 한 토막. 말을 타고 어느 집 앞을 지나가는데 선비 글 읽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익숙한 문장인데 어디서 읽은 것인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때 말을 몰던 하인이 “나리께서 하도 많이 읽어 저도 들어서 아는데 사마천의 ‘백이전’에 나오는 문장이잖아요”라고 말했단다. 


김득신은 남과 같은 수준으로 책을 읽어서는 절대 남을 따라갈 수 없음을 깨달았다. 주변 사람들이 공부로는 출세하기 어렵겠다며 책 읽기를 만류했으나 김득신은 포기하지 않았다. “남이 한 번 읽으면 나는 열 번 읽고, 남이 열 번 읽으면 나는 백 번 읽지 뭐.” 그는 실제로 그런 자세로 독서를 했다. 서재 이름을 억만재(億萬齋)라 지은 이유다. 


그의 독서량을 살펴보자. 자신이 남긴 ‘독수기(讀數記)’를 보면 평생 1만 번 이상 읽은 책만 36권이나 된다. 백이전은 무려 11만 3천 번을 읽었단다. ‘대학’ ‘중용’ ‘장자’ 등도 수없이 읽었지만 1만 번을 못 채웠기 때문에 여기서 제외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세상 최고 독서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재능이 남만 못하다고 스스로 한계를 짓지 마라”를 좌우명으로 삼았다. 후학들에게 자신의 이런 생각을 전하면서 모든 것은 힘써 노력하는데 달려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노년이 되어 과거에 급제했지만 뛰어난 문장력에 힘입어 제대로 된 관직을 여럿 역임했다. 종2품 가선대부에 올라 안풍군에까지 책봉되었다. 좌우명은 그의 묘지명으로도 새겨져 있다.


지능이나 학습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학생들에게 큰 위안이 되는 이야기다. 그렇다. 김득신처럼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노력하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하게 돼있다. 재능 타고난 사람에게 너무 기죽을 필요는 없다. 그런 사람은 인생의 출발선에 조금 앞서 있을 뿐 끝까지 앞선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는 끈기 있게 노력하는 사람이 재능 있는 사람보다 앞서는 경우를 자주 본다.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한 방울의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 또 생쥐의 부지런함이 밧줄을 끊는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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