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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Jul 30. 2023

<9> 포기하지만 않으면 기적이
일어난다

“인생은 동굴이 아니라 터널이다.”

-이지선(이화여대 교수, 작가)의 좌우명



아동심리학을 공부하던 이화여대 4학년생. 밤 10시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귀가하던 길에 음주 운전자에 의한 7중 추돌 교통사고로 전신 55% 중화상을 입었다. 생사가 오가는 각고의 병원 치료 끝에 7개월 만에 귀가했지만 숙녀의 외모는 말이 아니었다. 길가는 아이들로부터 ‘괴물’이란 소리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아니 출세까지 했다. 한때 자살까지 생각했던 젊은이가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UCLA)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모교의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됐다. 베스트셀러 ‘지선아 사랑해’와 ‘꽤 괜찮은 해피엔딩’의 저자 이지선(1978~ ) 이야기다.


이지선의 투병 스토리는 눈물 없이 들을 수가 없다. ‘지선아 사랑해’에서 그는 이렇게 썼다. “사는 것은, 살아남은 것은 죽는 것보다 천 배 만 배는 더 힘들었습니다.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중환자실에서의 두 달간의 시간, 차라리 미쳐버렸으면 좋겠다고 바랐던 화상치료, 너무 아파 나도 모르게 지르는 내 비명을 들으며 마취에서 깨어났던 수술들….”


처음 병원에 실려와 정신을 차린 그는 옆에 있던 오빠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빠, 나 이러고 어떻게 살아? 나 죽여줘.” 


그를 살린 것은 독실한 기독교 신앙과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극진한 사랑이었다. 


이지선은 엄청난 고통을 동반하는 피부이식 수술을 40회 가까이 받았다. 죽음이 눈앞에 어른거릴 때 그는 하느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했다. “내 너를 세상 가운데 반드시 다시 세우리라. 그리고 힘들고 아프고 병든 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게 하리라.”


그는 살기로 마음먹었다. ‘인생은 동굴이 아니라 터널이다’를 좌우명으로 내걸었다. 지금 이 시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캄캄하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가기만 하면 언젠가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갖기로 한 것이다.  


얼마나 고마운 세상인가? 그를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생겨났고, 결국 혼자 몸으로 미국 유학까지 가게 되었다. 어학연수를 거쳐 보스턴 대학에서 재활상담학 석사, 컬럼비아 대학에서 사회복지학 석사를 땄다. 11년 만에 박사학위까지 취득하고 한동대 교단에 섰다. 지금은 학교를 옮겨 모교 교수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기적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기적이 일어난다. 포기는 절망감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절망적인 상황은 누구에게나 몰아닥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 쉽게 무릎 꿇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희망의 끈을 절대 놓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지선, 그는 절망적인 운명과 화해하고 소중한 희망을 되찾았다


미국 극작가 유진 오닐은 “희망은 삶 속에 존재하는 가장 위대한 힘이며, 죽음을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라고 했다. 희망의 아이콘이 되어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왕성하게 활동 중인 이지선은 최근 들어 새로운 좌우명을 하나 더 정했단다.


“오늘을 살자”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최고의 좌우명인지도 모르겠다. 과거를 원망하지도 미래를 걱정하지도 말고 오로지 지금 현재에 충실하자는 메시지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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