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0년 3월 26일, 미국 하버드대에서 졸업생 건강검진 행사가 열렸다. 의사가 체격이 다부진 어느 학생에게 심장이 약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리고는 이렇게 조언했다.
“앞으로 격렬한 운동을 해서는 안돼. 술과 담배는 당연히 안되고, 스트레스 많은 직업을 가져서도 안돼. 항상 조심조심해서 살지 않으면 장수하기 어렵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네.”
이에 학생은 빙긋이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선생님 말씀은 고맙지만 저는 절대로 조심조심해서 살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장수하면 뭐 합니까? 죽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하고 싶은 일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할 생각입니다.”
미국을 20세기 최강국으로 발전시키는데 크게 기여한 시어도어 루스벨트(1858~1919`) 이야기다. 실제로 그는 의사한테 말한 그런 자세로 인생을 살았다. 태생적으로 심장이 약했으나 운동으로 상당 부분 극복했다. 그리고는 매사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했다. 그가 거친 직업을 보면 카우보이, 농장주, 경찰관, 군인, 사냥꾼, 탐험가, 학자, 기자, 작가, 정치인 등 10개가 넘는다.
어디를 가나 주인공이 되고자 했다. 그의 딸이 이렇게 회고한 적이 있다. “아버지는 장례식에 가면 시체가 되고, 결혼식에 가면 신부가 되고, 세례식에 가면 아기가 되고 싶어 하셨어요.”
이토록 열정적인 삶을 산 루스벨트는 일찌감치 아프리카 속담 하나를 좌우명으로 삼았다. “말은 부드럽게 하되 큰 몽둥이를 들고 다녀라, 그러면 성공할 것이다.” 그는 지인들에게 이 속담을 자주 들려주는가 하면 스스로 실천에 옮겼다. 평소에는 말과 표정에서 한껏 부드러움을 보이면서도 중요한 순간에는 날카로움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죄우명은 대통령 시절 그의 외교 스타일로까지 발전했다. 강자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면 마냥 두들겨 맞을 수도 있기 때문에 때로는 숨겨놓은 몽둥이를 꺼내 가차 없이 휘두르는 전략이었다. 유럽을 향한 힘의 외교는 성공했고, 8년간의 재임기간 동안 국력을 크게 신장시켰다.
루스벨트의 좌우명은 인간관계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평소 남에게 부드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바람직하다. 누구나 강한 모습을 보이면 상대가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부드럽게 대하면 편한 마음으로 무장해제하게 된다. 후자라야 쉽게 친해진다. 이럴 때라야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때론 적극적으로 몽둥이를 휘두를 줄도 알아야 한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지만 때에 따라서는 물보다 돌이 역할을 더 잘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