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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Aug 29. 2023

<36> 자신감으로 개인의 창의성을 무장하라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봉준호(영화감독)의 좌우명



2020년 2월 9일 밤 미국 LA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자리에서 봉준호(1969~ )의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봉준호는 떨리는 목소리로 수상 소감을 밝혔다.


“어렸을 때부터 제가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는데, 영화 공부할 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이 말을 하신 분이 누구냐 하면, 책에서 읽은 것이지만…. 이 말은 우리들의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의 것입니다.”


극장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고, 참석자들은 전원 기립해 78세 노 감독에게 존경의 뜻을 표했다. 스코세이지는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이날 봉준호와 더불어 감독상 경쟁을 벌인 사람이기에 참석자들에게는 더 각별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그의 막내딸 프란체스카는 이 장면에 감동한 나머지 봉준호의 수상 모습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리곤 “아버지가 아카데미상을 받는 것보다 기립박수받는 게 더 좋았다”라고 적었다. 시상식이 끝나고 퇴장할 때 스코세이지는 봉준호에게 다가와 예쁜 편지를 건넸다.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우선 좀 쉬세요. 그러나 많이 쉬지는 마세요. 좋은 작품 계속 만들어야 하니까요.” 


봉준호가 가슴에 새겼다는 스코세이지의 말, 언젠가부터 그의 변함없는 인생 좌우명이다. 12세 때부터 영화감독의 꿈을 키워온 그에게 스코세이지는 우상이나 다름없다. 그는 왜 스코세이지를 좋아했을까? 아마도 개성과 창의력을 발휘한, 소신 있는 영화 제작 태도에 끌렸기 때문 아닐까 싶다.


실제로 스코세이지가 위대한 감독으로 불리는 이유는 단순히 연출을 잘해서가 아니라 개성과 개인적인 비전이 담긴 작품을 많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의 물신 자본주의 풍조에 맞서 싸우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지켜온 감독이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봉준호도 스코세이지를 닮았다. 예술성과 오락성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독창성과 혁신을 중시하는 감독이다. ‘기생충’ 제작 과정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시나리오는 거의 다 봉준호가 썼다. 개인적 체험에서 비롯된 실제 상황을 직접 탄탄한 스토리로 엮어냈다. 한국 특유의 ‘반지하’ 거주 가족을 통해 심화된 빈부격차, 집단 이기주의, 피폐해진 도덕성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스토리 전개나 대사가 다분히 한국적이어서 외국인들에게 공감을 사기 어려울 것 같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 우리네 일상에서도 곰곰이 새겨볼 만하다. 창의성은 여러 의견의 집합체가 아니라 개인적 영감의 결과물이다. 남들에게 다양한 의견을 구하는 것은 당연히 좋다. 하지만 그런 의견에 매몰돼 버리면 개성이나 창의성은 사라지고 만다.


창의성에 관한 한 개인은 집단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창의적인 삶을 살려면 물건을 생산하든, 예술작품을 만들든, 집안 인테리어를 하든, 직장생활을 하든 개인의 독특한 생각이나 경험을 적극적으로 구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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