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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Aug 28. 2023

<35> 한 우물만 파면 먹고는 산다

한 우물을 파라, 물이 나올 때까지!

-김찬삼(세계 여행가)의 좌우명



1963년 11월 25일, 세계 여행가(1926~2003) 김찬삼이 아프리카 밀림(가봉 공화국)으로 알버트 슈바이처 박사를 찾아가서 만났다. 김찬삼은 37세, 슈바이처는 88세.


김찬삼은 하얀 머리카락과 콧수염을 한 노인에게 한국식 큰절로 인사를 했다. “박사님, 오래전부터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영광입니다.” 슈바이처는 전 세계를 배낭여행 중인 젊은이에게 여행 소감을 물었다.


“예, 저는 세계 곳곳을 다니며 지리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세계인들과 그들의 문화를 접하며 세계는 하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가슴을 열고 대화하면 누구든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슈바이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착하고 평화를 사랑하지. 그러나 소수의 사람들은 인류를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지.”


김찬삼은 보름 동안 슈바이처의 병원에 머물며 건물의 낡은 곳을 고치거나 필요한 가구를 만들고, 페인트칠을 하는 등 도움을 준 뒤 하직 인사를 했다. 헤어지면서 그는 슈바이처에게 인생에 도움 될만한 지혜 한 가지만 들려달라고 부탁했다.


‘밀림의 성자’라 불리며 노벨 평화상까지 받은 슈바이처는 한참 생각하더니 이렇게 답했다. “한 우물을 파라, 물이 나올 때까지!” 김찬삼은 평소 많이 듣던 말이긴 했지만 이 충고를 평생 좌우명으로 삼고 살았다.


김찬삼은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하고, 한동안 숙명여고와 인천고에서 지리 교사를 일했다. 그 후 미국 유학 중에 전 세계 배낭여행을 시작했다. 세계 일주 3회, 세계 테마여행 20여 회, 160여 개국 1000여 개 도시 방문. 그의 평생 여행 기록이다. 거리로 따져 지구 둘레를 32바퀴나 돌았으며, 여행에 할애한 시간이 무려 14년이나 된다. 일생의 5분의 1 가량을 길에서 보낸 셈이다. 


그가 슈바이처를 만났을 때는 이미 한 우물을 파고 있었다. 여행가로서 국내외 명성을 어느 정도 얻고 있었으니 가끔 시원한 우물물을 마시고 있었던 셈이다. 그의 우물 파기는 죽을 때까지 계속됐다.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직에서 정년 퇴직하고도 파미르 고원을 넘어 실크로드를 답사한 뒤 유럽 각국을 샅샅이 여행하고 돌아왔다.


김찬삼은 지리를 연구하는 교육자로서 전 세계 모험여행을 통해 후배들에게 진취적 기상과 불굴의 의지를 심어줬다. 남들한테 전혀 없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의 업적은 한 우물을 판 결과 아닐까 싶다. 만약 그가 여러 우물을 팠다면 이처럼 큰 성취를 이루지 못했을 수도 있다.


사실 재능이 특출하다면 여러 우물을 파도 상관없다. 다재다능한 사람, 팔방미인이 간혹 있긴 하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 여러 분야에 손댔다가는 모두 실패할 수도 있다. 옛날 속담 무시할 일은 아니다. “만 가지 재주 가진 놈이 밥 굶는다.” 


반대로 딱 한 가지만 잘해 한 우물만 죽으라고 파면 최소한 밥은 굶지 않을 수 있다. ‘선택과 집중’을 실천하는 삶을 가리킨다. 그것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라면 행복도 쉽게 따라올 것이다. 문득 코미디 범죄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의 인기 대사가 떠오른다. 


‘난 한 놈만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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