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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Aug 27. 2023

<34> 사랑 품은 지식으로 세상에
호통치다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

-노엄 촘스키(미국의 정치철학자)의 좌우명



미국이 낳은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1928~ )의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연구실 벽에 한동안 이런 글이 붙어있었다.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 왔다.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 


20세기 대표 지성 버트런드 러셀이 노년에 쓴 자서전 서문 첫머리를 장식하는 문장이다. 촘스키는 철학자 러셀을 특별히 존경하고 흠모하는 사람이다. 학기 초가 되면 꼭 러셀의 이 말로 수업을 시작했다. 덧붙여 이것이 자신의 좌우명이라고 했다. 러셀의 말은 사뭇 전율을 느끼게 한다.


촘스키는 왜 러셀을 좋아했을까? 러셀은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다. 철학자이자 수학자이기도 해 엄격하고 딱딱할 것 같지만 부드러운 성정의 소유자였다. 학문적으로는 누구보다 냉철한 지식인이지만 인간적으로는 연민과 관용을 갖춘 박애주의자였다. 그의 인생길을 더듬어보면 애써 본받고 싶은 사람이다. 소중한 세 가지 꿈을 품고 100년 가까이 열정적으로 살았다. 그렇게 산 결과 위대한 업적을 남겼으니 크게 성공한 인생이다. 또 행복한 삶이기도 했다.


러셀은 자서전에서 사랑은 기쁨을 주고, 외로움을 덜어주며, 천국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찾아 나섰다고 했다. 지식은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보고 싶고, 하늘의 별이 왜 반짝이는지 알고 싶고, 피타고라스를 이해해보고 싶기 때문에 탐구했다고 했다. 연민은 고통받는 사람들의 절규가 자기 가슴을 울렸기 때문에 가지고 살았다고 했다. 


얼마나 아름다운 말들인가? 얼마나 멋진 인생론인가? 삶을 마감하면서 이렇게 회고할 수 있다면 세상 부러울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이 안타깝지도, 두렵지도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촘스키의 일생도 러셀과 많이 닮았다. 아마 러셀처럼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을 갈망한 끝에 부인 캐롤과 모범적인 가정을 꾸몄다. 지식에 대한 탐구욕에 힘입어 ‘변형생성문법 이론’ 등 언어학과 철학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고통받는 인류에 대한 연민도 남다르다. 비판적 사회운동가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미국 주도의 전쟁과 글로벌 자본주의, 신자유주의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일생을 보냈다.  


세상을 향한 그의 목소리는 다분히 지식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촘스키는 언어학 이외에도 정치학, 철학, 심리학 등 다양한 주제로 80여 권의 저서와 10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사랑을 담은 비판이다. 러셀이 말한 연민 아닐까? 사랑과 연민이 가득 찬 목소리이기에 그의 말에는 잔뜩 힘이 실렸다. 세계인들이 귀 기울여 듣는 이유다.


지식을 탐구하는 삶, 그 지식을 토대로 사회를 변화 발전시키는데 기여하는 인생은 아름답다. 그런 삶을 살려면 우선 지식의 강력한 힘을 알고 믿어야 한다. 헬렌 켈러는 “지식은 사랑이자 빛이자 통찰력”이라고 했다. 

촘스키처럼 사랑 품은 지식을 탐구하는 사람은 참으로 아름답다. 사랑의 지식으로 세상에 호통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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