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표출은 무조건 내일로 미루고, 큰 소리로 웃어보라
*화는 필요하다. 화가 없으면 어떤 전쟁에서도 승리할 수 없다.(아리스토텔레스)
*화가 나더라도 죄는 짓지 마십시오. 해가 질 때까지 노여움을 품고 있지 마십시오.(신약성경)
*1분 동안 화를 낼 때마다 당신은 60초 동안의 행복을 잃는다.(랠프 왈도 에머슨)
*화에 대한 최고의 대책은 그것을 늦추는 것이다. 처음부터 용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심사숙고하기 위해 화의 유예를 요구하라.(세네카)
*지독히 화가 날 때에는 떠나간 사람을 떠올리며 삶이 얼마나 덧없는가를 생각해 보라.(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몽골제국 칭기즈칸의 젊은 시절 일화 한 토막.
사냥을 나갔다가 목이 말라 샘물을 바가지에 떠 마시려고 하자 데리고 다니던 사냥 보조용 매가 바가지를 후려치는 바람에 물을 엎질러버렸다. 매는 물을 뜰 때마다 같은 짓을 반복했다. 잔뜩 화가 난 칭기즈칸은 칼을 뽑아 매를 죽이고는 다시 샘물을 떠 마시려 했다.
그때 샘터 위쪽을 쳐다봤더니 큰 독사 한 마리가 죽어 있는 게 아닌가. 매가 주인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돌출 행동을 한 것인데 칭기즈칸은 이를 모른 채 죽이고 만 것이다. 그는 자신의 행동을 크게 후회하며 “내가 오늘 큰 가르침을 얻었다. 앞으로 화가 났을 때는 어떠한 결심도, 행동도 하지 않겠다”라고 다짐했다.
그렇다. 욱하며 내는 화는 남을 해치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에 가급적 참는 것이 좋다. 화가 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은 다르다. 화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어찌할 수 없는 감정이다. 하지만 화를 내느냐 참느냐는 선택의 문제다.
화가 전적으로 나쁜 것만도 아니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화가 필요하며, 고결하다고까지 말했다. 화가 많은 사람은 대체로 열정이 많으며, 추진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적절히 통제할 수만 있다면 삶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화는 인간이 느끼는 가장 격렬하고도 파괴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자제되어야 한다. 화는 자신의 마음에 불을 지르는 행위라 해서 틀리지 않다. 작은 성냥불이 초대형 화재로 번져 파멸을 부를 수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후배 철학자 세네카는 ‘화에 대하여’란 책에서 어떤 경우에도 화는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화를 자제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의 경우 자기 자신에게 해가 되며, 주어진 행복을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은 “분노는 그것을 붓는 곳보다도 담고 있는 그릇을 더 많이 손상시키는 염산과 같다”라고 했고, 알렉산더 포프는 “화를 내는 것은 남의 잘못에 대한 보복을 우리 스스로에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화내는 사람은 언제나 손해를 본다. 화내는 사람은 자기를 죽이고 남을 죽이며 아무도 가까이 오지 않아 늘 외롭고 쓸쓸하다”라고 말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화는 빨리 풀어야 한다. 품고 있으면 화병이 된다. 성경에는 해가 질 때까지 노여움을 품고 있지 말라고 했다. 화를 자제하고 푸는 방법에 대한 현자들의 조언을 종합하면 대략 이렇다.
마음을 진정시킨 뒤 말할 것, 생각한 뒤에 말할 것, 천천히 말할 것, 숫자를 천천히 세어볼 것, 자리를 떠날 것, 자신의 화난 모습을 거울에 비춰볼 것, 화가 난 이유와 생각을 글로 적어볼 것, 껄껄 웃어볼 것.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세네카의 가르침처럼 마음을 진정시켜 화를 유예하는 것 아닐까 싶다. 체코에는 “내일로 미뤄야 할 유일한 것은 분노다”라는 속담이 있다. 화를 내일까지 미루면 대부분 풀리지 않을까.
우리가 화를 내며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는 세네카의 지적은 2000년 세월이 흘러도 가슴에 와 닿는다.
“화가 당신을 버리는 것보다 당신이 먼저 화를 버려라. 그동안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우리 자신도 괴롭히며 고통을 안겨준 화, 우리는 좋지도 않은 그 일에 귀한 인생을 얼마나 낭비하고 있는가. 화를 내며 보내기에는 우리 인생이 얼마나 짧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