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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Oct 18. 2023

<62> 물을 거슬러 헤엄쳐라

살아있는 물고기는 물을 거슬러 헤엄친다

-김승연(한화 회장)의 좌우명



중국 고전인 장자 제1편 ‘소요유’에 ‘대붕역풍비(大鵬逆風飛) 생어역수영(生魚逆水泳)’이란 말이 있다.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날고 살아있는 물고기는 물을 거슬러 헤엄친다’라는 뜻이다. 인생을 담대하게 살라는 가르침이다. 서산대사와 김구 선생, 노무현 대통령이 즐겨 인용했으며 한화그룹 회장 김승연(1952~ )은 뒷 구절을 아예 자기 좌우명으로 삼았다.


김승연은 한국화약 창업주인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약관 29세에 기업을 물려받아 끊임없는 확장 경영으로 오늘날 한화를 재계 6위 대기업으로 키워냈다. 위험을 무릅쓰고 생명보험과 방산업체 등을 과감하게 인수 합병한 결과다. ‘의리’의 나쁜 폭행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그의 경영 능력만은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은 셈이다.


김승연의 경영 이념은 도전이다. 신년사에서 이런 말을 한 데서 알 수 있다. “글로벌 시대에는 둥지만 지키는 텃새보다 먹이를 찾아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의 생존 본능을 배워야 한다.”(2006년) “새는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짓는다고 한다. 그 어떤 바람에도 부서지지 않을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해서다.”(2017년)


물고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세차게 흐르는 시냇물에선 거슬러 헤엄쳐 올라가는 것을 즐긴다. 살아있다는 증거다. 흐르는 물에 떠내려가는 물고기는 십중팔구 죽은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지금 서있는 곳에서 조금이라도 발전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힘든 일을 감수하고 전진해야 한다. 어렵고 힘들지만 쉬지 않고 앞으로 한 걸음씩 내딛지 않고는 성공에 이를 수 없다.


세상의 흐름에 온전히 자신을 맡겨버리는 사람은 희망도 목표도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한창 젊은 나이에 현실에 안주하는 이는 죽은 물고기와 진배없다. 주어진 운명에 100% 순응하는 사람은 죽음을 앞둔 늙은이다. 운명을 개척하고 극복하는 삶이야말로 살아있음이다. 세속적 출세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세상의 유불리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사람도 살아있는 물고기다.


서산대사를 보라. 승과에 합격했으나 벼슬을 마다하고 금강산과 묘향산에 머물며 불도를 닦는가 하면,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결연히 의병장으로 나섰다. 김구 선생은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끝까지 통일된 한반도를 염원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3당 합당 반대, 수도 지방이전도 살아있음을 보여준 소신 있는 행동으로 평가된다.


나는 생어역수영(生魚逆水泳)의 인생관이 철학자 니체가 이상적인 인간형으로 제시한 ‘위버멘쉬’의 삶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정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사람,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몰락마저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흔히 위버멘쉬를 ‘초인(超人)’이라 번역하지만 ‘담대한 인간’ 혹은 ‘극복인’에 더 가깝다고 해야겠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멋진 조언도 떠오른다. “당신의 발을 내려다보지 말고 고개 들어 별들을 바라보라.” 세상의 흐름에 굴복하거나 편하게 몸을 싣지 말고 담대하게 나아가는 사람이라야 성공과 행복 둘 다 손에 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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