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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Oct 18. 2023

<63> 남보다 자신을 이겨야 한다

자신을 이기는 자가 가장 강한 자다

-엄홍길(산악인)의 좌우명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에서 가장 등정하기 힘든 것으로 소문난 산 로체샤르. 정상을 향해 오르다 보면 낙석과 낙빙이 수시로 쏟아져 내린다. 목숨을 앗아가는 대형 사고 여부는 운에 맡겨야 한다. 경사가 70~90도에 이르는 죽음의 남벽은 높이만 3500미터나 된다. 빙벽은 발 전체가 닿는 곳이 거의 없어 약 25시간 동안 발 앞부분만 딛고 올라가야 한다. 


우리나라 대표 산악인 엄홍길(1960~ )은 이런 험한 산을 많이도 올랐다. 1988년 에베레스트 등정 이후 38번의 실패 끝에 히말라야 8000미터 높이 이상 16좌 완등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의 위업이다. 로체샤르의 경우 6년 동안 3전 4기 끝에 오를 수 있었다.


키 167 센티로 자그마한 체구를 가진 엄홍길에게 과연 어떤 힘이 있는 것일까? 상상해 보라. 8000미터 이상 높은 산을 오른다는 것은 그야말로 사투를 벌이는 일이다. 죽음과 싸워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산소가 해수면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때문에 두 세발만 움직이면 3분 이상 숨을 거칠게 내쉬어야 다시 발을 내디딜 수 있다. 평균 기온이 영하 30도 이상이어서 손끝과 발끝은 감각이 완전히 사라지고, 수시로 환청이 찾아온다.


누구나 이런 상황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체력 못지않게 강한 정신력을 갖춰야 한다. 눈이나 얼음, 바람과 싸워서도 이겨야겠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엄홍길이 일찌감치 ‘자승최강(自勝最强)’을 좌우명으로 정한 이유이지 싶다. ‘자신을 이기는 자가 가장 강한 자다’라는 뜻이다. 그는 히말라야 고봉을 등정하며 이 말을 수도 없이 자주 되뇌었을 것이다.


그런데 자기 자신을 이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남을 이기는 것보다 더 어렵다. 사실 자신을 확실히 이길 수만 있다면 천하무적이다. 자신을 이기기 위해서는 자기 마음을 이겨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수많은 유혹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유혹은 ‘NO’ 하면 끝이다. 그러나 스스로를 유혹하며 내뱉는 말 ‘힘든데 이제 그만해’ ‘좀 쉬었다가 내일 해’와 같은 유혹은 통제하기 무척 어렵다.


옛 경전에 자신을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가르치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그만큼 실천하기 어렵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타인을 이기는 자는 힘이 센데 불과하지만 자신을 이기는 자라야 진정한 강자이다.”(도덕경) “전쟁에 나가 혼자 수천의 적을 이기더라도 스스로 자기를 이기는 것만 못하다.”(법구경) 


자신을 이기는 일이 엄홍길처럼 큰 성공을 위해서나 대단한 일을 하는 데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이겨내고 욕망을 통제함으로써 행복을 얻는데도 반드시 필요하다. 논어에 나오는 ‘극기복례(克己復禮)’가 그것이다. ‘자신을 이기고 예로 돌아가면 인(仁)이 된다’라는 의미다. 


일상에서 자신을 이기기는커녕 자신을 잃고 온통 남에게 끌려 다니며 고단하게 사는 사람이 많다. 운명의 주인공이 자기 자신임을 깨닫지 못해서다. 남의 시선에서 자신을 평가하고, 사사건건 남과 비교하는 것은 스스로 행복을 걷어차는 일이다. 남보다 자신을 이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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