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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Oct 21. 2023

<66> 소박한 생활, 고상한 생각

<66> 소박한 생활, 고상한 생각


생활은 소박하게, 생각은 고상하게

-김동길(전 연세대 교수)의 좌우명



콧수염과 나비넥타이가 트레이드마크였던 멋쟁이 지식인 김동길(1928~2022). 그처럼 영혼이 자유로운 삶을 누린 사람 많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 제법 이름까지 떨쳤으니 꽤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다.


역사와 철학을 전공하고 연세대 교수를 지낸 그의 인생 좌우명은 ‘생활은 소박하게, 생각은 고상하게’였다. 영국 계관시인을 지낸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 ‘London 1802’에서 따온 표현이다. 1802년 당시 런던이 물질 만능주의에 빠진 것을 안타까워하며 쓴 시다. 이 구절 원문은 ‘Plain living and high thinking are no more’이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자기 좌우명을 소개하며 그런 삶을 살 것을 권하곤 했다.


평안남도 맹산 태생인 김동길은 연희전문 졸업 후 미국 유학을 다녀온 뒤 평생 연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상아탑에 머물지 않고 전국 각지로 강연을 다녔으며, 무려 100권 이상의 책을 썼다. 강연에선 해박한 지식과 청산유수 같은 입담을 무기로 정치사회적 이슈를 제기하며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설파했다. 박정희 정부 때는 옥살이 각오하고 반정부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김동길은 나이 들어서도 직언직설(直言直說)을 마다하지 않았다. 1990년대 들어 한때 국회의원을 지내는 등 정치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기도 했으며, 이후에는 주로 보수 성향의 목소리를 냈다. 거침없이 소신 발언을 일삼는 바람에 때론 진보세력의 강한 비판에 직면했지만 굴하지 않았다. ‘고상한 생각’에서 비롯됐다는 자신감의 표현 아니었을까 싶다.


그는 평소 소박한 의식주 생활에 만족했다. 결혼하지 않고 평생 독신으로 살았으니 특별히 재물 욕심부릴 이유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죽으면 장례식 치르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기에 2022년 10월 그의 장례는 자택에서 조촐하게 치러졌다. 유언에 따라 시신은 연세대 의과대학에 기증하고, 살던 집은 누나가 총장을 지낸 이화여대에 기부했다.


김동길의 94년 인생길은 그야말로 자기 좌우명대로였다고 평할 수 있다. 돈 욕심 없이 검소하게 살다 가진 것 모두 사회에 기부하고 떠났다. 열심히 공부해서 얻은 지식 세상 사람들에게 소신껏 전하고 갔다. 이런 인생 살기 쉽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멋지다고 생각된다면 누구나 노력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


김동길의 좌우명은 ‘100세 철학자’ 김형석의 생각과 닮았다. “100년을 살아보니 경제적으로는 중류층, 정신적으로는 상류층으로 사는 사람이 행복해 보이더라.” 두 사람 다 철학을 공부했던 장수 학자란 점에서 시사하는 바 작지 않다. 제발 돈 욕심부리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조언으로 들린다.


사실 이런 삶은 행복에 앞서 품격을 가져다준다. 생활을 단순하고 소박하게 하면 생각이 고상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생각을 고상하게 하다 보면 사치, 혹은 낭비하는 마음이 아예 생기질 않는다. 이것이 바로 품격 있는 삶이다. 김동길은 평소 이런 말을 즐겨했다.


“사치는 사람을 저속하게 하고 낭비는 사람의 양심을 마비시킨다. 검소한 삶과 고상한 생각만이 품격과 행복을 보장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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