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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Oct 21. 2023

<67> 홀로 있을 때 나를 경계하라

계구신독(戒懼愼獨)

-김병로(초대 대법원장)의 좌우명



중국 전국시대 유가 사상가로 공자의 제자였던 증자(曾子)가 이런 말을 남겼다. 


“자신을 속이지 마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너를 보고 있다. 열 사람의 눈이 너를 지켜보고 열 사람의 손이 너를 가리키고 있다. 이 얼마나 무서운 현실이냐!” 이 엄중한 가르침, 무려 2500년 전에 나온 것이다. 


‘나에게 진실하라’ ‘나를 속이지 말라’는 메시지다. 예나 지금이나 인격 수양에 더없이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지키기는 참으로 어렵다. 퇴계 이황도, 율곡 이이도, 다산 정약용도, 백범 김구도 실천하기 어렵다고 실토한 적이 있다.


이 가르침은 유교 경전 중용(中庸)에 ‘계구신독(戒懼愼獨)’이란 표현으로 실려있다.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 경계하고/ 남이 듣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 두려워해야 한다/ 숨겨진 것처럼 잘 드러나는 것이 없으며/ 미세한 것처럼 잘 나타나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홀로 있을 때 삼가야 한다.” 이를 한 문장으로 간추리면 “홀로 있을 때도 스스로 경계하고 두려워하며 삼가야 한다” 정도가 되겠다.


계구신독, 이를 인생 좌우명으로 삼아 몸소 실천한 사람이 있다.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1887~1964). 일제 시기 독립운동가들을 도와 항일 변호사로 맹활약하고, 광복 후에는 대법원장을 맡아 사법권 독립의 토대를 마련한 사람이다. 사법권을 지키기 위해 이승만 대통령에게 당당히 맞설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진실했기 때문이라고 해야겠다.


그의 이런 모습은 ‘대쪽 판사’ ‘딸깍발이 법조인’이란 평가를 받으며 사법부의 전설로 전해지고 있다. 자기 스스로 당당했기에 후배 법관들에게도 추상같은 기개를 주문했다. “정의를 위해 굶어 죽는 것이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 수만 배 명예롭다. 법관은 최후까지 오직 정의의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 1957년 대법원장 정년 퇴임식에서 한 말이다.


김병로에게서 우리는 최상의 품격을 본다. 그의 일생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어디서 저런 용기와 배짱이 나왔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누구보다 속이 꽉 찼기에, 또한 스스로 정의롭다고 생각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좌우명을 제대로 실천한 결과 아닐까?

계구신독의 자세는 품격을 갖추는데 더없이 중요하다. 정직함과 자제력이 필요하고, 각자 양심을 발현하기 때문이다. 남이 보고 들을 수 있는 자리에서 선한 언행을 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양심 있는 사람은 남이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곳에서도 언행을 선하게 한다. 마음속 경찰관을 동원해 위선과 거짓을 추방한 사람이다.


계구신독의 실천이 어렵긴 하지만 양심과 정의가 결국 승리한다는 확신만 선다면 도전해 볼만하다. 매사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다. 진실은 결국 드러나게 돼 있다. 더구나 지금처럼 GPS와 CCTV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세상에선 자신을 속이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자신을 속이다 망신당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젊은 시인 윤동주에게서 새삼 양심과 품격을 들여다본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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