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기추상 대인춘풍(持己秋霜 待人春風)
-박정희 (전 대통령)의 좌우명
‘박기후인(薄己厚人)’이란 말이 있다. 자신에게는 엄하게 하고 남에게는 후하게 한다는 뜻이다. 퇴계 이황이 바람직한 선비정신을 강론할 때 자주 동원했던 표현이다. 평소 인격을 갈고닦아 자신을 낮추고 남을 배려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이런 사람 예나 지금이나 품격이 있기에 당연히 사랑받을 것이다.
조선선비 사회는 말할 것도 없고 21세기 조직의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이보다 더 멋진 말이 있다. 중국 명나라 때 홍자성이 편찬한 인생 지침서 ‘채근담’에 나오는 말 ‘지기추상 대인춘풍(持己秋霜 待人春風)’이 그것이다. 자기를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하고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 같이 부드럽게 하라는 뜻이다. 이는 박정희의 좌우명이었으며, 그가 1976년 신년 휘호 문구로 삼으면서 널리 알려졌다.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도 이 문구를 무척 좋아했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기 관리와 대인관계에 아주 유익한 문구임을 알 수 있다. 평소 자기 언행에 잘못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되 만약 잘못이 드러날 경우 엄하게 재단하겠다는 다짐이다. 이런 자세로 살면 큰 잘못 저지를 가능성 별로 없다. 남한테 부드럽게 대한다는 것은 사랑과 용서의 미덕을 말한다. 원만한 대인관계를 구축하는데 더없이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이런 말이 생겼을 것이다. 실천은커녕 정반대로 행동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기한테는 ‘사람 사는 세상에 그럴 수도 있지’ 라며 얼렁뚱땅 넘어가고, 남한테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라며 매섭게 따지는 식이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그것이다.
이런 사람은 인격적으로 수양이 덜 된 데다 매사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유형이어서 손가락질당하기 십상이다. 크든 작든 조직의 책임자로서는 빵점이다. 반대로 이를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다. 고매한 인품과 사랑, 품격, 여유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리더를 둔 조직은 발전할 수밖에 없다.
박정희는 대통령 재임 기간에 ‘지기추상’과 ‘대인춘풍’ 중 전자는 대체로 잘 지켰다고 생각된다. 주변을 엄격하게 관리한 덕에 무려 18년 동안 장기집권 했지만 가족, 혹은 친인척의 부정축재나 권력농단은 전혀 없었다.
‘지기추상 대인춘풍’의 자세는 기업 경영자들에게도 유익하다. 원래 뜻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이 문구를 즐겨 좌우명으로 삼는 이유다. 외유내강의 모습으로 조직에 기강을 세우려는 정치 권력자들과는 달리 직원들을 널리 포용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어서다. 기업의 좋은 실적을 직원들의 공으로 돌리는 겸양의 태도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저명한 경영컨설턴트 짐 콜린스는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이런 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