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떻게 그 자신을 영원하게 만드는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그리스 작가)의 좌우명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로 유명한 니코스 카잔차키스(1883~1957)는 여행을 무척 좋아했다. 틈만 나면 조국 그리스의 방방곡곡을 순례했으며, 유럽과 중동 각지에 가보지 않은 곳이 거의 없고, 일본과 중국도 다녀갔다. 그의 작품 대다수는 여행 중에 저술한 것이다.
카잔차키스는 저서 ‘영혼의 자서전’에서 “내 삶을 풍부하게 해 준 것은 여행과 꿈이었다”라고 고백했다. 30대 초반 그는 여행 중에 “나의 위대한 세 스승은 호메로스, 단테, 베르그송”이라고 일기에 썼다. 같은 일기장에 단테의 ‘신곡’ 중 지옥 편 15번째 칸토에 나오는 문장 ‘인간은 어떻게 그 자신을 영원하게 만드는가?’를 자기 좌우명으로 삼겠다고 적었다.
그가 말하는 ‘영원’이란 물질을 넘어 정신을 추구하는 것으로, 구원이나 행복을 뜻한다. 베르그송과 니체 같은 철학자들을 유달리 좋아했던 카잔차키스는 여행을 통한 행복 구도자라 할 수 있다. 그의 74년 인생은 마치 오디세우스의 방랑을 연상케 한다. ‘영혼의 자서전’에 이런 표현이 나온다.
“평생 동안 내가 간직했던 가장 큰 욕망들 가운데 하나는 여행이다. 미지의 나라들을 보고 만지며, 미지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지구를 돌면서 새로운 땅과 바다와 사람들을 보고 굶주린 듯 새로운 사상을 받아들이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모든 사물을 보고, 천천히 오랫동안 시선을 던진 다음에 눈을 감고는….”(‘영혼의 자서전’ 상, 안정효 옮김, 열린책들, 208p)
그의 다양한 여행 경험은 장편 서사시 ‘오디세이아’에 장엄하게 펼쳐져 있다. 무려 3만 3333행으로 된 걸작이다. 작품에서 주인공 오디세우스는 모든 것을 버리고 친구들을 모아 모험 여행을 떠난다. 그는 자유를 위한 이 여행에서 혁명가, 혹은 모세, 붓다가 된다.
그렇다. 여행은 누구에게나 자유이며 행복이다.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경쟁적으로 집을 나서는 이유다. 뒤돌아보지 않고 지금 당장 떠나는 것이 자유이며 행복이다.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헤르만 헤세) “목적지에 닿아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여행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낀다.”(앤드류 매튜스)
하지만 자찬차키스는 물리적으로 장소를 이동하는 여행이 자유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영혼이 자유로워야 진정 자유롭다고 생각했다. 그는 생전에 마련한 자기 묘비명에 이렇게 썼다.
이런 마음가짐이라야 큰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행복을 위해 많은 것을 바란다. 돈과 권력, 명예를 얻고자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그것들을 얻는다고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다. 또 그것들을 얻지 못한다고 모두 불행한 것도 아니다.
세상만사 마음먹기에 달렸다. 마음을 비움으로써 참된 자유를 얻어야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럴 때 세상의 각종 두려움도 이슬처럼 사라질 것이다. 이런 상태라야 진정 행복하지 않을까? 그리스의 자유인은 진작에 이런 진리를 깨닫고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