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법정(승려, 수필가)의 좌우명
인도 정치지도자 마하트마 간디는 자발적 가난과 청빈한 삶을 몸소 실천한 사람이다. 그가 행동으로 보여준 ‘무소유(無所有)’의 삶은 ‘비폭력 저항’만큼이나 세계인들에게 큰 영감을 줬다. 간디는 1931년 9월, 제2차 국제 원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 런던으로 가던 도중 프랑스 마르세유 세관 직원에게 소지품을 펼쳐 보이며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가난한 탁발승이오. 내가 가진 것이라곤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 염소 젖 한 깡통, 허름한 담요 여섯 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 이것뿐이오.”
간디에게 영향받은 것일까? 우리나라 대표적 선승인 법정(1932~2010)은 무소유를 좌우명으로 삼아 평생 그것을 실천하며 살았다. 1976년에 펴낸 수필집 ‘무소유’는 베스트셀러가 되어 재물의 포로가 된 현대인들에게 성찰의 계기를 제공했다.
법정에게 무소유란 궁색한 빈털터리가 된다거나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누구나 필요할 것 같아 물건을 갖게 되지만 가끔 그것 때문에 얽매이는 불행을 경험하게 된다. 그럴 경우 그 물건은 불필요한 것이라는 게 법정의 생각이다. 행복을 원한다면 그런 것은 굳이 가질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무소유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때 우리는 보다 홀가분한 삶을 이룰 수 있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이것은 소극적인 생활 태도가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법정은 비움과 참선으로 행복을 추구한 자연주의 사상가였다. 소유를 중시하는 세상 사람들의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며 자발적 가난과 간소함을 실천하고자 했다. 송광사 뒷산에 암자를 짓고 수도승으로 살았으나 이름이 알려져 찾아오는 사람이 늘어나자 깊은 산중으로 숨어버렸다. 다만 끊임없는 글쓰기로 세상 사람들과 소통했다. 그가 남긴 30여 권의 수필집은 무소유와 사랑, 행복을 주제로 한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소유물은 돈이다. 돈의 힘은 권력이나 명예보다 훨씬 세다. 속세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점에서 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돈은 야누스의 두 얼굴을 지녔다. 에밀 졸라가 소설 ‘돈’에서 그 양면성을 명쾌하게 표현했다.
이럴진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되 그 노예가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만족감이다. 많이 갖고도 만족하지 않으면 불행하고, 많이 갖지 않고도 만족하면 행복하다. 우리 모두 간디나 법정처럼 살 수는 없다. 그렇게 살 필요도 없다. 하지만 행복하려면 자신의 분수와 처지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불필요한지 구별할 줄은 알아야 한다. 그것이 삶의 지혜다.
법정은 19세기 초월주의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삶을 애써 본받고자 했다. 소로의 저서 ‘월든’에 이런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