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하나니.
-더글러스 맥아더(미국의 군인)의 좌우명
독일 출신의 미국 시인 사무엘 울만이 쓴 시 ‘청춘(Youth)’의 첫 문장이다. 울만은 자선사업가이자 교육자이기도 하다. 그는 78세에 이 시를 썼다. ‘청춘’은 이렇게 이어진다.
“장밋빛 붉은 볼, 붉은 입술, 유연한 무릎이 아니라/ 풍부한 상상력, 왕성한 감수성과 의지력/ 그리고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함을 뜻하나니/ 청춘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 그 탁월한 정신력을 뜻하나니/ 때로는 스무 살 청년보다 예순 살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네/ 누구나 세월만으로 늙어가지 않고/ 이상을 잃어버릴 때 늙어나가니….”
울만은 자기 시처럼 평생 청춘으로 살았다. 경건한 유대교 신자로서 정의와 사랑, 평화를 신봉하고 학대받거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열정적으로 헌신했다. 교육 기회가 없는 흑인 자녀들을 위해 ‘울만 스쿨’을 세워 운영한 것은 정의와 사랑의 실천이라고 해야겠다.
이 시가 유명해진 것은 한국전쟁 때 유엔군 사령관이었던 더글러스 맥아더(1880~1964)가 좌우명으로 삼을 정도로 특별히 좋아한 것으로 알려진 이후다. 태평양 전쟁이 끝나갈 무렵 한 종군기자가 맥아더 사령관 집무실에 들렀다가 벽에 이 시가 걸려있는 것을 발견했고, 1945년 12월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그 사연을 소개했다.
기사가 게재될 무렵 맥아더는 65세였고, 5년 뒤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할 때는 70세였다. 1차,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전쟁 영웅이 되었지만 아마 노년에 접어드는 자기 나이를 의식했을 것이다. 나이가 많아도 마음먹기에 따라선 얼마든지 청춘일 수 있다는 울만의 시가 멋지게 다가왔을 것 같다.
그렇다. 울만은 청춘은 나이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노래했다. 상상력과 감수성, 용기, 모험심을 갖추기만 하면 언제나 청춘이라고 했다. 시 끝부분에서 그는 탐구심과 열정을 잃지 말라고 했다. 머리를 높이 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을 경우 여든 살이어도 청춘일 수 있다고 했다.
사실 청춘은 사전적으로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는 뜻으로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시절을 가리킨다. 고교 및 대학생 시절 정도가 되겠다. 수필가 민태원이 ‘청춘예찬’에서 묘사한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며 그야말로 피 끓는 나이다.
이렇게 볼 때 예순이 지난 나이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아무리 건강해도 청춘이라 부르기 어렵다. 울만이나 맥아더가 젊게 살겠다고 다짐한들 인생의 황금시대가 돌아올 리 없지 않겠는가? 다행히 유엔이 100세 시대를 반영한 듯 연령분류 기준을 상향 조정한 것은 시니어들에게 위로가 된다. 유엔은 18~65세를 청춘(청년)이라고 규정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저마다 청춘이라 생각하고 하루하루 충만하게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스무 살에 상상력, 모험심, 용기가 없다면 청춘이 아니다. 예순 지나서도 그것을 갖고 산다면 여전히 청춘이다.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