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소하고 질서 있게 생활할 것
-스코트 니어링(미국의 사회운동가)의 좌우명
미국에서 반자본주의자, 반전운동가로 사는 것은 고행이다. 그러나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고 소신껏 말하고 행동하며 살 수 있다면 그다지 불행한 인생은 아니라고 해야겠다. 그런 사람이 삶의 철학이 같은 배우자를 만나 자연에서 사랑을 꽃피우며 장수한다면 무척 행복하지 않을까?
미국의 사회운동가 스코트 니어링(1883~1983)은 세속적으로 크게 성공하진 못했지만 공동체의 평화와 행복, 복지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아름다운 외침을 남기고 갔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경제학을 공부해 대학교수가 되었으나 반자본주의 및 반전 목소리를 내다 주류 사회에서 쫓겨나고 만다. 그는 산업자본주의가 인간의 삶을 공허하게 만드는 원인임을 알고 온몸으로 저항했다.
스코트 니어링은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위해서는 기계소리 요란한 도시에서 벗어나 조용한 농촌에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21세 연하 헬렌 니어링과 결혼한 그는 결국 뉴욕을 떠나 버몬트 주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 정착했다. 두 사람의 농촌생활은 현실도피가 아니었다. 이 무렵에 정한 부부의 좌우명이자 삶의 원칙을 살펴보면 고귀하면서도 치열하다.
1. 간소하고 질서 있게 생활할 것.
2. 미리 계획을 세울 것.
3. 일관성을 유지할 것.
4. 꼭 필요하지 않은 일은 멀리할 것.
5. 가능한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할 것.
6. 매일 자연과 사람 사이에 가치 있는 만남을 이루도록 할 것.
7.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갈 것.
8. 자료를 모아 체계를 세울 것.
9. 연구에 온 힘을 쏟고 방향성을 유지할 것.
10. 쓰고 강연하고 가르칠 것.
11. 계급투쟁 운동과 긴밀한 접촉을 유지할 것.
12. 원초적이고 우주적인 힘에 대한 이해를 넓힐 것.
13. 계속해서 배우고 익혀 점차 통일되고 원만하며 균형 잡힌 인격체를 완성할 것.
니어링 부부가 굳이 농촌을 찾아간 것은 천박한 자본주의와 불평등한 노동착취적 사회구조가 지배하는 도시에서는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 평화주의와 채식주의를 실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귀농은 재물 추구를 단념하고 완전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주택을 손수 짓고 모든 생활필수품을 자급자족했다. 그러면서도 지적 활동은 왕성하게 했다. 노동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여 독서와 연구, 글쓰기, 여행을 즐겨 하면서 충만한 삶을 꾸몄다.
두 사람의 여러 좌우명 가운데 1순위는 간소하면서도 질서 있게 생활하는 것이었다. 복잡하고 바쁘게 살도록 강요하는 현대 문명의 덫에서 하루빨리 탈출하라는 메시지로 들린다.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문명이란 불필요한 생활필수품을 끝없이 늘려가는 것”이라고 했다. 자본주의 사회의 물질만능주의를 비꼬는 말이다. 현대 사회는 광고를 통해 소비경쟁을 부추겨 쓸데없이 생활필수품의 수를 늘림으로써 과소비를 조장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는 끝없는 노동과 여가 부족을 부른다. 당연히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점에서 니어링 부부는 행복의 지름길을 누구보다 앞서 개척했다고 할 수 있다. 스코트는 100세, 헬렌은 91세까지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