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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Nov 22. 2023

<85> 죽을 때는 어차피 빈손이다

부자로 죽는 것은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앤드류 카네기(미국의 사업가)의 좌우명



부자로 죽는 것이 불명예라니, 교만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럼 가난에 찌들어 살다 죽는 것이 명예스럽단 말인가? 가난이 자랑거리라도 된단 말인가? 


하지만 이 말, 록펠러와 더불어 한 시대 미국 산업자본주의를 이끌었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1835~1919)가 했다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세상에 그처럼 대단한 자선사업가가 없기에 하는 말이다. 엄청난 부를 쌓았지만 거의 대부분 사회에 환원하고 떠났다. 한때 노동자 탄압으로 악덕 사업가란 소릴 들었지만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노후 자선은 명예를 완전히 회복하고도 남는다. 


그는 사업에 분주하던 33세 때 이미 은퇴 후 자선사업 계획을 세웠다. 생활비 연 5만 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수입은 모두 자선사업에 쓰겠다고 구상한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벌되 멋지게 자선하겠다는 생각을 가졌으니 얼마나 신나고 행복했을까?


카네기는 66세 때인 1901년 자신의 철강회사를 J.P. 모건에 5억 달러를 받고 처분한다. 곧바로 자선사업에 나서 1902년 카네기 협회, 1905년 카네기 교육진흥재단, 1910년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1911년에 카네기 재단을 설립했다. 그가 공공도서관을 무려 2800개나 지어 고스란히 사회에 헌납한 것은 자선사업의 백미로 꼽힌다. 부자로 죽는 것이 불명예스럽다는 평생 좌우명의 실천이라고 해야겠다.   


카네기의 자선은 신약성경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제자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얻고 싶다면 가진 재산을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주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이런 말을 덧붙인다. “부자는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어려울 것이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


부자는 결코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는 이 말은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죽기 직전까지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던 문구다. 설령 정의로운 방법으로 부를 축적했더라도 죽기 전에 다 내놓고 떠나라는 의미라고 해야겠다.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에게는 “부자로 죽는 것이 불명예스럽다”라는 카네기의 좌우명이 당연히 옳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죽는 순간까지 많든 적든 재산을 움켜쥐고 있으려는 이유가 뭘까? 십중팔구 자녀에게 유산으로 남겨주고 싶어서일 것이다. 자기 피붙이가 조금이라도 안락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사랑의 표시라고 할 수 있다. 설령 가진 재산 때문에 자신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 해도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문제는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자녀 삶에 도움이 안 될 수도 있고, 어쩌면 방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자병’이란 말이 있다. 부모의 상속 재산이 자녀의 삶에 의욕과 능력을 감퇴시키는 질병을 가리킨다. 이는 부모 재산이 자녀에게 축복이기는커녕 저주이자 파멸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걱정되지 않은가? 부모 사후에 든 부자병은 고치기도 힘들다. 생전 자선만이 답임을 말해준다. 어느 천주교 사제한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죽어서 천국 행 여부를 심사받을 때 제출할 서류는 오직 하나, 자선 확인증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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