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제대학 설립 목적과 비전 및 전략 수립
최근 수도권과 지방을 막론하고 국제대학 설립이 한창이다. 10년전만 해도 지방대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국제대학 설립의 움직임에 최근 2~3년간 지역과 상관없이 수많은 대학이 너도나도 할 것없이 뛰어드는 기세다.
하지만, 국제대학 설립에 앞서 국제대학을 설립하는 목적, 비전과 전략, 그리고 실행 방안 등을 심도있게 고민하고 뛰어드는 대학은 부족한 것 같다. 옆에 학교가 설립하니깐 우리도 해야하는 것과 같고, 그러한 초조함에 우리만의 차별화된 국제대학 설립은 뒷전이고 경쟁 대학과 유사한 수준의, 비슷한 방식의 국제대학을 설립하는 것에 급급하다.
사실, 국제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과를 보라. 대학간의 차별화를 찾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대학 설립은 기존 국내 학생 대상 학과 설립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수많은 변수가, 그것도 모래성과 같이 위태로운 변수가 중간 중간 섞여있는 고차 방정식이라 국내외 성공적인 국제대학 사례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우리에게 맞는 옷을 잘 골라서 입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제대학을 설립하지 않는 것만 못한 아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경기도에 있는 한 대학을 방문한 적이 있다. 나름 국내에서 유명한 대학이고 위치도 좋아 안정적인 학사 운영을 했던 대학인데 몇년 전 설립했던 국제대학에서 유학생이 대거 이탈하면서 비자제한대학에 걸리면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웹사이트나 기사 등을 통해 봤을 때는 분명 양호해보이는 대학인데, 막상 캠퍼스를 방문하니 국제대학 건물은 외국인 유학생이 사라진 채 복도에만 듬성듬성 형광등이 들어와 있을 뿐 교실은 컴컴한 채 방치되어 있었다.
국제교류처장이자 국제대학 학장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몇년 전만 해도 외국인 유학생이 많았어요. 나름 믿을만한 에이전트를 활용해서 안정적으로 신입생을 모집했고 등록금 수입도 괜찮았어요. 그런데 2년전부터 학생들이 점차 이탈해서 타 대학으로 전학을 가더니만, 특정 입학년도에 들어왔던 특정 국가 학생이 한 순간에 우르르 사라지면서 불체율이 30%를 넘어버렸어요. 충격적이었죠. 지금은 남아있는 학생들이 불체 혹은 중탈로 나가는 것을 처리하기 전까지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요원합니다. 주변에 경쟁대학은 유학생이 1천명이 넘는 수준인데, 우리는 지금 50명 이하이고 이 또한 이탈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예요."
남의 이야기처럼 들린다고? 그렇지 않다. 그 대학의 명성, 지리적 이점, 그리고 우수한 교수진 등을 고려했을 때 위의 이야기는 어느 대학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이고, 그렇기 때문에 국제대학 설립과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전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국제대학 설립의 성공 노하우 중 첫번째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국제대학 설립 목적을 뚜렷이 해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통한 학생 수 감소에 대비하는 것인지, 캠퍼스 내 국제화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것인지, 국제화를 통해 랭킹을 올리기 위한 것인지, 국제 대학 내 외국인 교수진 유치를 통해 리서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인지 혹은 정체된 학내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해서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것인지 등에 따라 국제대학의 모습은 달라진다.
위에서 언급한 목적 중 2~3개는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국제대학을 설립하는 목적을 솔직하게, 그리고 조직 내 모두가 수긍할 수 있게 뚜렷하게 수립하자.
2007년 우송대는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을 설립했다. 13층 건물에 엄청난 돈을 투자해서 국제대학을 설립하고 우송대와는 별도의 브랜드로 솔브릿지를 설립했고 등록금을 달러로 받고 기존 지방 사립대 등록금의 2배 수준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최초 1년간은 학생은 커녕 파리만 날린 수준이다. 13층 건물의 1층에 있던 카페와 지하의 수영장과 피트니스 센터를 이용하기 위해 인근 아파트 주민들만 가끔 드날든 뿐 외국인 유학생을 찾기 어려웠다. 그리고 첫 학기에 20여명의 외국인 교수를 채용했다. 학생보다 교수가 더 많았던 시절이다. 하지만 교수 채용을 숫자만 채우기 위해서 대충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하버드, MIT, 유펜 등 세계적인 명문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교수진을 대거 초빙했다. 하지만 외국인 유학생의 모집은 부진했다.
그렇다면 과연 우송대에서는 왜 솔브릿지를 설립했을까? 아래와 같은 3가지 목적이 메인이었다.
1. 우송대의 위상 상승: 우송대의 브랜드 이미지와 위상을 올리기 위해서는 대표 학과/ 단과대가 필요한데 결국 의대, 법대, 경영대가 그러한 것을 할 수 있다. 의대와 로스쿨은 라이센스를 취득하기 어려우니 경영대, 그 것도 국제경영대를 만들어서 우송대의 위상을 올리자.
2. 국제화 견인: 100% 영어로 수업하고, 외국인 교수진을 초빙하고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면 한국에 존재하지 않는 국제대학이 생기는 것이고 이는 국제화 관련 각종 지표에서 1등을 할 것이다. AACSB 등을 취득해서 해외 유수 경영대학과 국제교류를 통해 우수한 교수진과 학생을 계속 유치할 것이다.
3. 안정적 수입 창출 기반: 최초 몇 년간은 손실을 볼 것이다. 특히 건물에 들어가는 감가상각비와 임대료를 고려한다면 큰 손실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2개의 목적이 실현된다면 결국 우수한 학생이 많은 숫자로 유입될 것이고 그들을 가르치는 우수한 연구 역량을 갖춘 다국적 교수진이 들어올 것이다. 프리미엄 등록금 수준을 감안했을 때 몇 년안에는 비용을 상회하는 등록금 수입이 들어올 것이고 결국 이익을 창출할 것이다.
어떠한가? 말이 되는가?
위와 같은 3가지 목적을 추진하기 위해서 솔브릿지에서는 조직 구조, 인사제도,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한 홍보/ 마케팅 및 입학 정책, 시설 및 인프라 운영, 교과 운영, 비교과 프로그램, 취창업 지원, 국제교류 등이 어떻게 이뤄졌을까?
반대로, 위에서 언급한 운영 전략/ 업무 프로세스 중 하나라도 어긋난다면 과연 솔브릿지는 성공할 수 있었을까?
국제대학을 성공적으로 설립 및 운영하기 위해서는 결국,
설립 목적에 맞춰 수립된 비전과 전략, 그에 맞춘 운영 전략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한치의 오차도 없이 돌아가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귀하의 학교는 어떠한 국제대학을 설립하고자 하는가? 지금 들고 있는 국제대학 설립 보고서를 잠시 덮어두고 생각 해보자.
우리 학교가 진정으로 설립하고 싶은 국제대학은 무슨 모습인가?
그 국제대학을 통해서 달성하고 싶은 목적은 무엇인가?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가?
위 질문에 대해서 쉽고 명확하게 대답할 수 없다면, 국제대학을 설립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왜냐하면 결코 쉽지 않은 게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