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국제화 전략, 어디까지 와 있나요?
대학의 국제화는 단순히 외국인 유학생을 받는 것을 넘어, 점차 다층적인 전략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대학이 세계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국제화의 세 단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화의 가장 첫걸음은 사람의 이동입니다. 특히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고, 우리 학생들을 해외로 보내는 것은 국제화의 기본입니다.
유학생 유치(Inbound): 교환학생, 학위 신입생, 편입생 등 다양한 경로로 외국인 학생을 유치합니다. 단기 어학 연수부터 학사·석사·박사 전 과정까지 넓은 스펙트럼이 가능합니다. 방학에는 숏텀 프로그램, 맞춤형 교육 과정 등을 통해서 인바운드 프로그램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학생 파견(Outbound): 자매대학과의 교환학생 제도, 복수학위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국내 학생들이 글로벌 경험을 쌓도록 지원합니다.
외국인 교수 채용: 과거에는 어학 강사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전공 수업을 맡는 외국인 교수 채용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교육뿐 아니라 연구 협업까지 고려한 전략입니다.
외국인 직원의 활용: 해외 대학에서는 외국인이 직원으로 근무하는 경우가 매우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국내 대학에서는 외국인 직원을 찾기 어렵습니다. 이는 비자를 따기 어렵다는 법적인 이슈도 있지만, 한국 대학의 일하는 문화나 방식이 지극히 한국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존 체계 안에서도 외국인 직원을 활용하는 방법은 존재합니다. 외국인을 서비스 중심의 교원으로 채용해서 시수는 3학점만 부여하고 '홍보/ 마케팅' 처럼 전문 업무를 담당하는 보직 전담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비록 신분은 초빙교수로서 교원이지만 직원과 같은 형식으로 활용 가능합니다. 티칭과 리서치를 넘어 서비스/ 보직 업무 영역까지 국제화가 이뤄지는 순간입니다.
다음 단계는 대학이 제공하는 프로그램과 학위의 ‘국제화’입니다. 이제는 콘텐츠가 국경을 넘나듭니다.
해외 프로그램 수입: 대표적으로 우송대학교의 ‘폴 보퀴즈 외식조리 과정’처럼, 해외 명문 프로그램을 국내에 들여오는 사례가 있습니다.
프로그램 및 학위 수출: 국내 대학이 해외에 학위 과정을 개설하거나, 프랜차이즈 캠퍼스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동명대학교가 베트남에 설립한 ‘휴텍(HUTECH)’ 프로그램이 대표적입니다.
해외 캠퍼스 설립: 우즈벡에는 특히 많은 한국 대학이 진출했습니다. 인하대, 아주대 등 다수의 대학이 지자체와 협업을 통해 해외에 진출하였습니다.
해외 조인트 캠퍼스 모델: 해외 대학과 손잡고 제3국에 공동 캠퍼스를 설립하기도 합니다. 뉴욕대학교의 상하이 캠퍼스(NYU Shanghai)는 미국과 중국이 협력해 만든 글로벌 대학의 사례입니다. 아직 국내 대학의 사례는 없지만, 조만간 여러 대학이 조인트 캠퍼스를 통해 해외에 진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하대의 우즈벡 해외 캠퍼스는 Standalone으로 진출한 모델로서 투자 부담도 높고 운영 상의 리스크가 큽니다. 신뢰할만한 파트너 대학을 찾는다면 조인트 캠퍼스 모델이 적은 리스크로 안정적인 교육 과정 운영을 가능케 하는 훌륭한 대안이 될 것입니다.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대학의 운영 방식과 문화 자체를 글로벌 스탠다드로 바꾸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수많은 국제대학이 설립되고 운영되고 있지만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글로벌하게 학교를 운영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습니다. 과거 LG전자나 두산그룹의 경우 외국인 임원을 대거 채용하고, 회사 내 미팅과 보고를 영어로 하는 등 글로벌화를 추진했으나 결국 실패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도 어려워하는 체질의 글로벌화인데, 보수적인 조직인 대학교가 이를 성공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체질의 국제화 관련해서는 스페인의 IE 대학교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IE는 마드리드에서 시작한 소규모 비즈니스 스쿨이었지만, 전략적인 국제화로 스페인 세고비아 대학을 인수하고, 영어를 공식 언어로 채택하면서 글로벌 캠퍼스로 변모했습니다. 마드리드 내 기업 본사와 같은 대형 오피스 빌딩을 렌트하여 현대적인 수업을 운영합니다. 뉴욕 등 해외 진출도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현재는 ‘다문화, 다언어, 다경험’을 핵심 가치로 삼는 글로벌 명문 대학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3단계를 단계적으로 꼭 따라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대학은 1단계에 머물면서도 충분히 좋은 성과를 낼수도 있고 어느 대학은 1단계는 최소화하고 바로 2단계로 뛰어넘을수도 있습니다. 한편, 3단계로까지의 진화를 실현한다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대학으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이제 대학의 국제화는 단순한 이미지 제고를 넘어, 생존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전략이 되었습니다. 학생, 프로그램, 시스템 – 이 세 가지 축이 균형 있게 발전할 때, 진정한 의미의 국제화가 완성됩니다. 우리 대학은 지금 어느 단계에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