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랭킹, 학교마다 활용법이 다릅니다
대학교 총장님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우리 대학이 QS 랭킹 몇 위인지 꼭 신경 써야 할까요?”
“랭킹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본질에 집중해야 하지 않나요?”
예산 지원 기관, 지자체, 국제 파트너, 심지어 고교생과 학부모에 이르기까지 대학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랭킹을 참고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랭킹은 단순히 순위를 매기기 위한 도구를 넘어서, 대학의 브랜딩과 외부 협력, 우수 인재 유치 등 여러 방면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대학이 동일한 방식으로 랭킹을 바라보고 활용해야 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의 현재 위상과 전략적 포지션에 따라 ‘랭킹을 바라보는 관점’과 ‘활용법’도 달라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즉, 모든 대학이 같은 방식으로 랭킹에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이 글에서는 국내 대학을 세 가지 그룹으로 나누고, 각 그룹별로 랭킹을 전략적으로 해석하고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공유드리고자 합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와 같은 대학은 ‘국내 랭킹’에 크게 흔들릴 일이 없어 보입니다. 입결, 브랜드, 역사, 동문 파워.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지요. 하지만 이 안정감이 오래가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상위권 대학들이 같은 기준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고, 그 안에서 1~3위의 순위가 뒤바뀌기 시작하면, SKY라고 해서 가만히 있기 힘듭니다. 심지어 국제무대에서의 위상이 흔들리면, 그 영향은 국내 평판에도 은근히 스며듭니다.
따라서 이런 대학들은 국내 순위보다는 ‘세계 무대에서의 자리’를 전략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QS 아시아 Top10’, ‘QS World Top30’이라는 그룹 안에 안정적으로 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SKY대학이 최상위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상수’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해외 우수 학생 유치, 외국인 교수 확보, 글로벌 명문대학과의 파트너십 확대를 위해서는 국제 대학 랭킹에서의 성과가 더욱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이제는 “SKY라서”가 아니라 “QS Top 30에 드는 글로벌 대학이라서”라는 이유로 선택받는 시대가 왔습니다.
광운대, 명지대, 상명대, 가천대처럼 인서울에 위치하지만 상위권 대학과는 거리감이 있는 대학들도 많습니다. 이런 대학들은 국내 랭킹만으로는 위상을 바꾸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국내 대학 랭킹은 고정된 평판 구조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금의 '서성한', '중경외시', '국숭세단'과 같은 구분도 정확한 수치나 지표가 아니라,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이미지에 가깝습니다. 이 이미지가 쉽게 바뀌지는 않지만, ‘공신력 있는 해외 랭킹’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반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해외 랭킹에서의 성과는 오히려 사람들의 주목을 끌게 되고, 점차 그 랭킹이 국내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합니다. 마치 피그말리온 효과처럼 말이지요. 대표적인 사례가 세종대입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국숭세단’ 그룹에 묶여 있지만, QS 랭킹에서는 서강대보다 높은 위치에 올라 있습니다. 이러한 외부 평가가 누적되면서, 점차 인식도 달라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또한, AACSB, EQUIS와 같은 국제 인증도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인증은 단순히 ‘몇 등’이라는 수치를 넘어서, 대학의 교육·운영 시스템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한다는 신뢰를 부여합니다.
인증을 제대로 활용한 대학은 우송대가 있습니다.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을 설립 후 AACSB 최단기 인증을 이뤄낸 후 전세계 상위 5% 경영대학 인증이라는 카테고리 전략을 효과적으로 펼쳤습니다. 솔브릿지의 높은 위상은 우송대 전체 평판과 랭킹을 올리는 든든한 지렛대가 되었습니다.
랭킹이 상대평가라면, 인증은 절대평가에 가까운 방식이기 때문에, 브랜딩 효과가 더 깊고 오래갑니다. QS가 랭킹만 매기다가 최근에 Rating 제도를 도입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미슐랭 식당 평가처럼 Star로 평가하는 방식은 인상적이고 직관적입니다.
지방 사립대학 등 비교적 낮은 위상에 있는 대학들은 상위 랭킹 경쟁에서 밀리기보다는, 다른 무대를 만들어야 하는 시점입니다.
이 그룹은 ‘전국 단위 서열’보다는
▶ 분야별,
▶ 지역별,
▶ 대학 특성 기반 랭킹에 집중하시는 것이 보다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예를 들어 “부산 내 Top3 대학”이라는 포지셔닝은 학생, 학부모, 지역 사회에 강력한 메시지를 줄 수 있습니다. QS 지역 랭킹 등을 통해 이를 입증할 수 있다면, 작지만 강력한 포지션 확보가 가능합니다. "경영학 분야 국내 Top 10" 역시 중요한 브랜드 효과를 가져옵니다.
또한, WURI (World’s Universities with Real Impact) 같은 혁신 랭킹의 적극 활용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이 랭킹은 정량적 데이터보다는 정성적 평가 중심, 총장의 리더십과 조직의 혁신성을 기반으로 구성됩니다. 즉, 상대적으로 젊고 유연한 대학들이 선전할 수 있는 무대입니다. 실제로 WURI는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이머징 국가의 루키 대학들이 세계무대에 진입하는 통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WURI 랭킹의 또다른 혜택은 WURI foundation이 주최하는 각종 컨퍼런스, 포럼 등에 참여하면서 전 세계 여러 대학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총장, 학장, 국제교류처장, 기획처장 등이 모이는 자리에서 해외 대학과 자매 결연을 손쉽게 체결할 수 있고 이는 추후 학생들의 교환학생 등과 같은 국제화 실적에 도움이 되고 Academic reputation 상승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어느 지방대학의 한 총장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WURI 랭킹은 처음 들어봅니다. 우리 대학은 WURI 랭킹에 신경쓰기 보다는 QS 랭킹에 올인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기에도 조직 내 리소스가 부족합니다. 더 나아가....사실 WURI 랭킹은 공신력이 없지 않습니까?"
위와 같은 주장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접근 방식입니다.
위 대학은 결국 WURI 랭킹에서도 점차 순위가 하락했고 QS 랭킹 등단은 요원한 꿈이 되었습니다. 하위권, 소형, 티칭 중심의 대학일 수록 QS 랭킹에 바로 등판하기는 어렵습니다. WURI 랭킹 같은 무대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면서 QS랭킹이라는 메이저리그 데뷔의 꿈을 꾸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랭킹은 결코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대학 운영에서 랭킹은 분명히 전략의 한 축이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무대에서, 어떤 랭킹을, 어떤 목표로 활용하느냐입니다.
▶ 상위권 대학은 국제 Top Tier 진입을,
▶ 중위권 대학은 이미지 반전과 인증 중심 브랜딩을,
▶ 교육 중심 대학은 카테고리별, 지역별 무대 설정을 통해
대학교마다 고유의 ‘랭킹 전략’을 수립하셔야 합니다. 랭킹은 고정된 서열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서사입니다. 총장을 비롯한 대학 리더쉽의 선택이, 그 이야기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