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집중’이 아니라 고객 ‘중심’
오늘은 “우리가 하는 혁신, 왜 자꾸 실패할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볼게요.
혹시 평소에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일하고 계신가요?
많은 분들이 ‘디자인씽킹’을 들으면 “디자이너들이 쓰는 거 아닌가요?” 혹은 “마케팅/기획팀 전용 도구 아닌가요?”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디자인씽킹은 모든 직무, 모든 사람을 위한 보편적인 사고방식이에요. 왜냐하면 우리 모두, 형태는 달라도 누군가의 고객을 위해 일하고 있기 때문이죠.
회계팀은 내부 직원이라는 고객을 돕고, HR은 구성원 성장을 지원하고, 제조부서는 최종 고객에게 품질을 전달합니다. 결국 우리의 일은 어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입니다. 그렇다면 먼저 그 고객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는 게 맞겠죠.
오늘은 우리가 혁신에서 흔히 실패하는 이유, 그리고 그 해법으로서 디자인씽킹적 사고가 왜 중요한지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열심히 아이디어 내고, 시스템 만들고, 기술까지 적용했는데 왜 결과가 시원치 않을 때가 많을까요? 두 가지 이유로 정리해볼게요.
고객이 “이 기능 넣어주세요”, “가격 좀 낮춰주세요”라고 말하면 우리는 곧장 개발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고객이 말하는 것과 고객이 진짜로 필요로 하는 것(Needs)은 다를 때가 많아요.
유명한 사례가 뉴코크(New Coke)예요. 조사에선 “더 달게”라는 요구가 나왔고 실제로 더 단맛을 강화했지만, 소비자는 큰 반발을 보였습니다. 고객이 원한 건 단맛이 아니라 익숙함, 브랜드와의 감정적 연결이었던 거죠.
“이 기능 넣으면 우리 기술력 보여줄 수 있어.” “이건 내부 시스템에 딱 맞아.” 모두 조직 중심 판단이에요. 하지만 시장은 다르게 반응하죠. 고객은 내부 사정을 몰라요. 오직 ‘내 문제를 해결해주는가’만 봅니다.
코닥은 디지털카메라 기술을 가장 먼저 보유하고도, 내부 사업 구조와 우선순위 때문에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고객의 삶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혁신 실패는 겉으로 드러난 요구에만 반응하거나 내부 논리에 갇힐 때 발생합니다. 반대로 성공하려면 숨겨진 니즈를 찾아 고객의 시선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비슷해 보여도 다릅니다.
고객 집중: 고객이 말한 요구를 잘 듣고 빠르게 반영하는 태도
고객 중심: 왜 그렇게 말했는지, 어떤 상황이었는지, 행동과 감정의 맥락을 함께 들여다보는 태도
예를 들어, 고객이 “앱이 불편해요”라고 말하면 고객 중심 사고는 이렇게 묻습니다.
“언제 불편했을까?” “무슨 상황이었을까?” “문제는 기능이 아니라 환경이나 심리적 부담일 수도 있지 않을까?”
보이지 않는 Needs와 Pain Point를 읽어내는 힘이 바로 혁신의 출발점이에요.
혁신은 거창한 기술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문제를 더 먼저, 더 깊이 발견하고, 거기에 기술을 나중에 연결합니다. 순서를 바꾸지 않는 태도, 그것이 고객 중심의 핵심입니다. 이제 질문을 바꿔볼까요?
“고객이 뭘 원하냐?”에서 “왜 그렇게 느꼈을까?”로요.
“포스트잇 붙이는 워크숍 기법이죠?”라고들 묻는데, 디자인씽킹은 도구보다 관점 전환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보통 문제를 너무 빨리 정의합니다. “이게 문제, 해결책은 이거.”
디자인씽킹은 순서를 바꿔요. 관찰 → 공감 → 문제정의 → 아이데이션 → 프로토타입 → 테스트.
관찰/공감: 고객의 환경, 감정, 행동을 유심히 보기
문제 정의: 표면이 아닌 뿌리를 정리하기
아이데이션: 다양한 가능성 탐색
프로토타입/테스트: 작게 빠르게 만들어 배우기
방법론도 다양합니다. 페르소나, 저니 맵, 공감 지도, 그리고 무엇보다 이머전(Immersion)—고객의 삶 속으로 들어가보는 연습이죠.
유명한 이야기 하나요. 디자이너 패트리샤 무어는 노인을 위한 손잡이를 디자인하기 위해 노인이 되어 살다시피 했습니다. 걷기 불편한 신발, 흐릿한 안경, 귀에 솜을 넣고, 노인이 자주 가는 공간을 3년이나 관찰했죠. 그 결과 탄생한 ‘굿 그립스(오엑스오 OXO)’는 지금도 유니버설 디자인의 대표작입니다.
핵심은 빠른 실행–빠른 실패–빠른 학습. 완벽주의보다 작게 시도하고 빨리 배우는 속도가 불확실성의 시대에 진짜 경쟁력입니다.
3I 모델(IDEO 구조 기반)을 예로 들어볼게요.
Inspiration: 관찰하고 공감하기
- 고객의 일상과 감정 흐름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는 단계
Ideation: 문제를 재정의하고 아이디어 발산
- 정답 찾기보다 가능성 탐색이 목표
Implementation: 작게 만들어 테스트
- 고객 피드백으로 빠르게 수정·개선
이건 일방향이 아니라 순환이에요. 관찰 → 아이디어 → 실행 → 다시 관찰… 반복할수록 현실에서 작동하는 해결책에 가까워집니다.
GE 헬스케어의 더그 디츠는 최첨단 MRI 장비를 만들던 엔지니어였습니다. 성능, 디자인, 수상 경력까지 완벽했죠. 그런데 현장에서 그는 울면서 검사실 앞에 선 일곱 살 아이를 봅니다. 기계가 무서워 검사를 거부했고, 결국 마취 후에야 촬영이 가능했죠. 그 순간 더그는 깨닫습니다. “내가 집착한 건 기술의 완벽함이었지, 사용자의 경험은 아니었구나.”
그는 스탠퍼드 d.school에서 디자인씽킹을 배우고, 아동심리·의료진·놀이공원 등과 협업해 문제를 아이의 눈높이에서 다시 정의합니다. 성능이 아니라 불안과 두려움이 핵심이었죠. 그래서 나온 것이 ‘어드벤처 시리즈’입니다. MRI실을 해적선, 우주선, 모험지로 꾸미고, 소리와 대사를 “모험의 일부”로 재해석했어요.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마취율이 급감했고, 만족도는 90% 이상으로 뛰었습니다.
해적선 MRI를 경험한 여섯 살 아이가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엄마, 나 내일 또 와도 돼?”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고객 경험을 놓치면 실패합니다. 반대로 고객 중심으로 경험을 다시 설계하면, 진짜 혁신이 시작됩니다.
툴과 프로세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먼저 마인드셋이 필요해요.
고객의 입장에서 진심으로 생각하기
정답 확신보다 작은 가설을 빠르게 실험해보기
실패를 배움의 기회로 바라보기
포스트잇 붙이고 브레인스토밍한다고 혁신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 형식만 남으면 ‘혁신 놀이’가 되기 쉬워요. 디자인씽킹은 태도에서 출발하는 방식입니다.
마지막으로 질문드릴게요.
여러분의 일상 업무에서 고객 중심 사고가 특히 필요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혹시 바빠서 고객의 진짜 니즈를 지나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디자인씽킹은 특정 부서 전용 도구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어요. 오늘 이 글이 여러분의 일에 작지만 의미 있는 시작점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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