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조직 내부에서 특정 조직과 인력을 떼어서 국제대학 구성
국제대학 설립 초기, 많은 대학이 겪는 흔한 실수가 바로 기존의 학과나 행정부서에서 인력과 기능을 “잠시” 떼어내어 국제대학의 초기 조직을 꾸리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빠르게 출범하기 위한 효율적인 선택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는 단기적 편의에 불과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실패를 예고하는 전략이다.
기존 부서에서 일부 인력을 차출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쉽고 비용이 덜 들지만, 다음과 같은 치명적인 문제가 동반된다.
✅ ① 기존 인력은 국제대학이 요구하는 전문성과 철학을 갖기 어렵다
글로벌 교육, 유학생 행정, 영어 기반 수업 운영, 다문화 커뮤니케이션, 해외 대학과의 파트너십 등 국제대학이 다루어야 할 핵심 업무는 대부분 기존 단과대나 행정부서의 인력 경험과는 전혀 다른 역량을 요구한다. 단순한 인사 이동만으로는 국제대학이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결국 무능력한 조직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다.
예를 들어, 외국인 유학생 입학 전략을 세우고 운영하려면 해외 마케팅, 비자 행정, 언어 장벽에 대한 이해, 지역별 유학생 특성 등에 대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존 학사지원과나 기획팀에서 아무리 유능한 직원이라 해도, 이러한 업무에 대한 준비 없이 투입된다면 업무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제대학 초창기에 일어나는 인력 배치를 보면, 조직 내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배치하는 경우가 일상다반사다. 영어를 잘하는 것과 국제대학을 잘 운영 및 관리하는 것은 큰 갭이 있다. 영어를 잘하는 인력이 외국인과 소통에 있어 편하고 국제화된 마인드를 갖출 확률이 높지만 국제대학을 경영 및 관리하는 것은 또 다른 스킬셋을 요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 ② 일시적 ‘파견’은 책임감과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기존 조직에서 일부 인력을 ‘잠시 차출’해 운영하면, 이들은 본래 소속 부서의 정체성과 관계를 유지하며 일하게 된다. 이 경우 국제대학 업무에 대한 몰입도는 낮아지고, “어차피 다시 돌아갈 자리”라는 인식 때문에 조직적 책임감과 장기적 비전 형성이 어렵다. 실제로 많은 대학에서 국제대학이 생기면, 해당 조직은 임시 파견된 인력의 ‘스핀오프 조직’으로 간주되어 주변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고립되기 쉽다.
순환보직 혹은 로테이션 관점으로 국제대학의 직원을 꾸리는 것은 큰 오판이다. 국제대학의 직원은 조직 내 가장 책임감이 크고, 리스크 테이킹을 할줄 아는 진취적인 인력, 그리고 교무, 학생, 시설 등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단기간이 아니라 장기간 임명 및 활용하는 긴호흡의 인사가 필요하다.
✅ ③ 내부 수혈이 어렵다면, 외부 전문가를 과감히 영입하라
국제대학을 진정성 있게 키우고자 한다면, 국제 교육 전문가, 해외대학 근무 경험자, 외국인 교수, 글로벌 기업의 교육 프로그램 운영 경험자 등 외부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인력 보강 차원이 아니라, 국제대학의 방향성과 문화 자체를 새롭게 설정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해외 명문대학과 협약을 맺고 공동학위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추진하려면, 해외 대학의 정책과 운영구조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가 있는 실무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외국인 교수나 교직원이 조직 내에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되어야 진정한 글로벌 환경이 형성된다.
그러나 많은 대학들이 외부 인재를 뽑을 때조차도, 임시 계약직 또는 단기 프로젝트 기반으로만 채용하거나, 기존 직원보다 낮은 대우를 제시해 우수 인재를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명백한 전략적 실책이다. 국제대학이 미래의 대학 성장을 이끌 엔진이라면, 그 엔진을 돌릴 핵심 인재 확보에는 아낌없는 투자가 필요하다.
✅ ④ 조직 구조도 ‘새로 짜야’ 한다
국제대학은 단순히 인력을 떼어내서 ‘임시 조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독립된 조직 구조와 권한, 역할 분장, 의사결정 체계를 갖춘 단단한 구조로 출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입학, 교무, 학생지원, 기획, 대외협력 등 국제대학에 필요한 핵심 기능을 전담할 수 있는 부서 단위로 명확히 나누고, 각 부서장이 책임을 지는 형태가 필요하다.
또한 구성원들에게는 성과 중심의 평가와 보상 체계, 차별화된 경력 개발 로드맵을 제시해야만 장기적으로 조직의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요약하자면, “내부 인력의 단순 재배치”만으로 국제대학이 굴러가길 바라는 것은, 거대한 국제 항공사를 동네 마을버스 인력으로 운용하려는 것과 같은 발상이다. 국제대학은 ‘기존의 틀’ 안에서 만들어지는 조직이 아니라, 전혀 다른 전략적 사고와 글로벌 전문성이 요구되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조직이다. 따라서 내부 조직을 재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외부 인재 수혈과 전면적인 조직 설계를 동시에 추진해야만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