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성과평가 및 인센티브 시스템의 부재
대다수 대학이 국제대학 혹은 글로벌 캠퍼스를 출범시키는 과정에서 가장 간과하는 부분은 ‘실행 가능한 전략’과 ‘명확한 보상 체계’의 부재이다. 구체적인 전략이 없기 때문에 평가 지표도 명확하지 않고, 이에 따라 구성원들이 무엇을 위해 일해야 하는지 방향을 잃는다.
이는 단순히 업무 동기 저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수 인재의 이탈, 조직의 정체, 외부 신뢰도 저하로 이어져 중장기적으로 국제화 전략의 실패로 귀결된다.
대학 본부나 국제대학에서 글로벌화를 외치지만, 실제로 실행할 전략이 없으면 구성원들에게 “무엇이 성과인가?”라는 기본적 질문에도 답하기 어렵다. 예컨대 아래와 같은 질문들에 대한 명확한 답이 부재하다면 조직은 공회전을 반복하게 된다:
어떤 국가에서 몇 명의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할 것인가?
복수학위 프로그램은 연간 몇 개를 신설하거나 확대할 것인가?
전 과목 영어 강의율을 몇 %까지 끌어올릴 것인가?
외국인 교수 비율은 몇 %를 목표로 하는가?
이러한 목표가 없으면 국제대학은 기존 학사조직의 부속물처럼 운영되기 쉽고, 구성원들은 애매한 정체성 속에서 “왜 이 일을 해야 하지?”라는 회의감에 빠지게 된다.
예를 들어, 국제대학이 모든 과목을 100% 영어로 운영하는 체제라면, 한국어로 수업하는 기존 학사조직과 동일한 보상 체계로는 우수 교수진의 유입은커녕 내부에서도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 영어 강의는 단순 번역이 아니라, 전문적 콘텐츠를 다국적 학생을 대상으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고난이도 과업이기 때문이다.
영어강의 교수에게는 3학점당 최소 100만 원 수준의 추가 인센티브가 지급되어야 하며, 지속적으로 영어 강의를 운영하는 교수에게는 누적 실적 기준으로 연말 성과급을 별도 지급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대학 내 전체 강의 수 대비 영어강의 비율, 학생 만족도, 외국인 학생 등록률 등과 연계된 가산점 제도나 교수업적평가 점수 우대 기준도 병행되어야 한다.
내부 인력만이 아닌 외부에서 영어강의가 가능한 교수, 혹은 실제 글로벌 실무 경험이 있는 겸임교수를 초빙하는 경우에도 기존 호봉표에 의존하지 않고, 영어 강의 역량 기반 계약제 보상을 적용해야 한다.
현재처럼 “가능하면 영어로 해주세요”라는 수준의 요청과 행정적 권고만으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교수진 확보는 물론 기존 교수진의 의욕도 끌어낼 수 없다.
외부에서 유능한 국제 교수나 실무형 인재를 초빙하는 경우, 전통적인 교수 채용 방식은 걸림돌이 된다. 특히 다음과 같은 장벽을 허물고 보다 실용적 접근이 필요하다:
정년트랙 일변도 지양: 비정년제 계약직, Visiting Professor, 겸임교수 등 유연한 직책 활용
학문 업적 중심 평가 탈피: 실무 경험, 영어강의 능력,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역량 등 가중치 적용
보상 차별화: 영어 수업 전용 교수에게는 3학점당 150~200만원 추가 지급, 프로그램 실적 연동 성과급 등 도입
초기 정착지원: 외국인 교수의 경우 숙소, 언어지원, 비자발급 등 초기 운영 비용을 학교가 책임지는 패키지 제공
전임교수는 연구 중심으로 정년이 보장되는 구조인 반면 비정년교수는 박봉에 정년 보장도 없는 계약직 구조라는 기존 교수 계약 체계에 경종을 울린 대학이 있다. 바로 태재대학이다. 태재대는 전임교수 선발 시 리서치 실적은 고려하지 않으며 기본적으로 모든 교수는 2~3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계약직이다. Tenure 트랙의 컨셉이 사라진 것이며 티칭 실적과 성과에 따라 계약이 연장되고 보상이 연결되는 구조이다. 국제대학을 신설하고 설계하는 입장에서는 한번 고려해볼만한 케이스이다. 물론 기존 교수진들은 반발이 심할 것이다. 하지만 기존 교수진과 신규 채용 교수진을 이원화하는 방법까지 고려한다면 절대 적용하기 어려운 방법은 아니다.
국제대학의 핵심 경쟁력은 ‘누가 가르치는가’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교수진 확보에 있어 유연한 인사 정책과 차별화된 보상 시스템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국제교류처는 학생 유치와 관리라는 실적 중심의 영역을 다루는 조직이다. 단순히 공무원식 근속 중심 보상으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다음과 같은 지표 중심의 성과 기반 보상 체계가 설계되어야 한다:
국가별 유학생 유치 목표 수치 부여
→ 예: 베트남 담당 직원 A는 1년간 30명 유치 목표
→ 초과 달성 시 성과급 차등 지급
유학생 중도탈락률 관리 지표 반영
→ 한 학기 내 이탈률이 기준 이하일 경우 보너스 제공
→ 멘토링, 초기 적응 프로그램 기획 실적도 평가 항목에 포함
기본급 + 성과급 혼합형 구조
→ 기본급은 직무 난이도에 따라 설계하되, 성과급은 유치 학생 수, 지속 등록률, 매출 기여도에 연동
특수 프로젝트 기반 인센티브 운영
→ 예: 서머 스쿨, 해외 캠프, 글로벌 최고위과정 등을 유치한 직원에게는 수익 배분형 보너스 제공
→ 실적이 재정에 기여한 만큼 성과가 가시적으로 돌아가는 구조
외국인 직원 채용 확대 및 지역별 특화 전략 실행
→ 예: 인도 유학생 유치를 위해 인도 출신 국제교류 담당 직원을 현지 채용
→ 성과 측정은 해당 직원이 유치한 학생 수와 연계하여 성과급 차등화
전략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것을 실행할 사람에게 동기와 자원을 제공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특히 국제대학과 국제교류 관련 부서는 기존 조직과는 완전히 다른 성과 논리와 인센티브 구조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성과가 나오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이러한 보상 체계는 단순히 금전적 보상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음과 같은 비금전적 요소도 포함되어야 한다:
글로벌 컨퍼런스 참가 기회 제공
성과 우수자 해외연수 기회 부여
성과 기반 인사 승진 가산점 부여
우수 강의자 포상제도 및 대학 차원의 명예 부여
요약하자면, 국제대학과 국제교류조직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구체적인 전략 + 명확한 평가 기준 + 동기를 부여하는 보상 체계의 3박자가 모두 맞아야 한다. 지금처럼 “국제화를 해야 한다”는 선언만 반복하고, 실제로 그것을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차별화된 동기 부여가 없다면, 국제화는 구호에 불과하고 조직은 점차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