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투자가 아닌 비용 절감 중심의 운영
많은 대학들이 국제대학을 설립한 이후, 이를 학교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적극 육성하기보다는 예산 통제 대상 혹은 구조조정 압박을 가해야 할 부담스러운 부속 조직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단순한 인식의 문제를 넘어, 국제대학의 성과 창출 메커니즘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심각한 구조적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대학은 태생적으로 일반 학부에 비해 초기 투자 비용이 높고 회수 시점이 늦는 구조를 갖고 있다. 영어 강의 환경 조성, 외국인 교수 채용, 국제학생 리크루팅, 기숙사 운영 등은 모두 단기적으로는 수익보다 비용이 앞서는 항목이다.
하지만 많은 대학에서는 국제대학이 설립된 직후부터 곧바로 "이익을 내야 한다", 혹은 "등록금 수입이 고정되지 않으면 감축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을 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마치 스타트업에 투자해놓고 6개월 뒤 흑자를 요구하는 투자자와 같다. 결과적으로 국제대학의 운영진은 단기 수익 압박에 시달리며, 본래 의도했던 질 높은 글로벌 프로그램이나 장기 브랜딩 전략은 구현하지 못한 채, 단기적 유학생 유치 숫자 맞추기에만 급급한 구조로 전락하게 된다. 이런 접근은 ‘비용 대비 수익’을 따지기 이전에 성과를 만들어낼 기반 자체를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오류다. 진정한 성과는 최소한 3~5년의 중장기 전략과 투자가 있어야 창출된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국제대학의 리더십 구조에 있다. 대부분의 대학은 국제대학 설립 초기, 글로벌 감각과 외부 네트워크를 보유한 전문가를 학장으로 선임한다. 이는 전략적으로는 옳은 방향이다. 문제는 그 이후 발생하는 내부 교수진 및 행정조직의 저항과 조직 정치적 마찰이다.
외부 출신 학장이 들어서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기존 교수 사회에서 "외부인에 의한 지배"로 인식되어 심리적 반감이 형성됨
국제대학이 독자적으로 예산, 채용, 홍보 전략을 집행할 경우 기존 부서와 충돌이 빈번히 발생
"국제대학은 특혜받고 있다"는 인식이 번지며 내부 시기와 견제가 심화됨
심지어 의사결정에 비협조적인 보이지 않는 장벽이 만들어져, 주요 안건이 고의로 지연되거나 무력화되기도 함
이러한 상황은 외부 출신 리더의 교체 → 기대 성과 미달 → 국제대학 구조조정 논의라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국제대학은 설립 초반의 기세를 잃고,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운영으로 전락하게 된다.
국제대학을 단순한 부속 조직이 아닌,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과 중장기 재정구조의 전환점으로 삼으려면 무엇보다도 다음과 같은 전략적 투자자 마인드셋이 필요하다:
최소 3~4년간은 수익이 아닌 ‘성과 기반 구조’ 형성에 집중해야 함
→ 이 시기에는 재정적 적자를 용인하되, 프로그램 개발, 교수진 구성, 타겟 국가 설정, 홍보 콘텐츠 구축 등 기반 조성에 집중해야 함
성과는 숫자 이전에 브랜드 자산과 제도적 기반에서 시작됨
→ “올해 유학생이 몇 명 늘었는가”가 아닌,
“우리 대학의 국제대학 브랜드가 특정 시장에서 어떤 인식으로 자리잡고 있는가”
“현재 교수진 구조와 커리큘럼이 경쟁 대학과 비교해 어떤 차별성을 가지는가” 등의 관점에서 평가되어야 함
재정 지원은 ‘기획예산 관점’으로, 기존 학부와 분리하여 전략적으로 관리
→ 대학 전체 예산 프레임 안에서 ‘국제전략기금’ 또는 ‘글로벌역량개발계정’ 등의 별도 항목으로 관리하고,
연차별로 투자-성과-재투자 루프를 설계해야 함
내부 조직 간의 마찰을 줄이기 위한 조직문화적 장치 마련
→ 예: 국제대학 운영위원회를 전체 대학 구성원들과 함께 구성, 국제대학 성과를 대학 전체에 공유하는 문화 확산,
또는 국제대학 교수진이 타 단과대에서 공동강의를 운영하거나 산학 프로젝트를 함께 기획하는 방식으로 내부 시너지 구조 유도
국제대학은 단순히 영어 수업을 하는 학부가 아니다. 이것은 대학이 글로벌 생존을 위한 새로운 방식, 새로운 제도, 새로운 조직문화를 시험해볼 수 있는 전략적 혁신 플랫폼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대학의 운영은 기존 논리와 다르게 접근해야 하며, 실패를 일정 부분 용인하면서도 장기적 성공을 위한 실험과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한마디로, 국제대학은 수익을 내는 공장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연구소이자 실험실이다.
요약하면, 국제대학에 대한 인식을 ‘비용 부담’으로 고착시키는 순간, 그 조직은 태생적으로 실패를 향해 간다. 반대로, 전략적 자산으로 보고, 투자 회수 시점을 3~5년 이상으로 설정하며, 단기성과보다는 구조와 브랜드 형성을 우선시하는 관점으로 접근할 경우, 국제대학은 대학 전체의 글로벌 경쟁력, 재정 안정성, 브랜딩 파워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리는 핵심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