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을 거절할 수 있는 아이들로 키우기
미국에서 마약 환자의 회복을 돕고 있는 정신 건강 상담사로서, 저는 한 명의 마약사범을 구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력과 예산이 투입되는지 매일 목격합니다. 그 과정을 지켜볼수록, 마약의 예방 교육이 얼마나 절실한지 절로 느끼게 됩니다. 저에게 마약예방 교육을 하기에 적절한 나이를 묻는다면 학령기 아동이라고 할 것입니다. 올바른 인식을 가져야 거절을 할 수 있고, 청소년기가 되기 전에 인식을 심어주어야 하기 때문에, 청소년이 되어서야 시작하는 예방교육은 늦는다고 생각합니다.
Hada, 현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정부 공인 정신건강 상담사로써 시설에 거주하는 마약 중독자들의 재활을 돕고 있습니다. 요즘 들어 느끼는 것은, 시설의 클라이언트들의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제가 함께하고 있는 11명의 클라이언트 중 절반이 91년생보다 어립니다. 그들의 삶을 생물·심리·사회적 관점에서 평가하다 보면, 어린 시절의 결핍이 결국 마약 사용으로 이어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안타깝게도 최근 한국 뉴스에서도 10대 청소년의 마약 사용률 증가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는데, 마약의 접근성이 쉬워져, 마약 사용 연령이 낮아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학령기 아동의 마약 예방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 마약 예방 교육은 초등학교 시기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아직 옳고 그름의 기준이 뚜렷하지 않은 학령기 아동은 누군가의 먹잇감이 되기 쉽습니다. 10대 청소년을 노리는 범죄 집단은 마약을 미끼로 장기간 정신적 주종 관계를 만들고, 결국에는 성매매와 같은 더 큰 착취로 아이들을 내몰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청소년기에 이르기 전에 이미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시기에 올바른 정보와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알려주면, 청소년기에 접어들었을 때 실제 위험 상황에서 거절할 힘을 갖게 됩니다.
둘째, 청소년기는 정신질환 발병 위험이 높은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는 뇌가 급격하게 성장하며 구조적·기능적 변화를 겪게 됩니다. 그러나 부모의 부재나 학대, 방임은 안정적인 애착 형성을 방해하고, 불안·우울·분노 조절의 어려움을 불러옵니다. 이는 결국 뇌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우울증·불안·품행장애와 같은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부모의 부재, 트라우마, 대마초와 같은 물질 사용, 또래 관계에서의 왕따와 같은 사회적 스트레스는 정신질환 발병을 촉발하는 강력한 요인이 됩니다. 따라서 학령기 아동에게 마약이 위험하다는 사실과, 마약이 아닌 건강한 스트레스 대처 방법을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 시기에 아이들이 감정을 조절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건전한 방법을 배우게 된다면, 청소년기에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한 위험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를 지켜낼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결국 학령기부터 시작되는 마약 예방 교육은 청소년기의 정신건강 문제를 미리 차단하는 가장 효과적인 1차 예방책이 되는 것입니다.
셋째, 청소년 마약 문제는 결국 사회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예방이 가능한 나이부터 교육을 시작해야 합니다. 한 번 접한 마약이 개인의 삶이 무너뜨릴 뿐 아니라, 교정·사법 체계와 의료·복지 시스템까지 막대한 비용과 인력이 투입되고도 쉽게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아직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아이들이 마약으로 인해 삶의 길을 잃지 않도록, 예방 교육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학교나 전문가만의 몫이 아닙니다.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목소리를 내고 손을 맞잡을 때, 아이들은 유혹 앞에서 단호히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 특성상, 정신질환이나 범죄와 관련된 문제는 대체로 가족 안에서 감추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러나 마약 문제는 결코 숨긴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사회적으로도 모든 마약사범을 정신병원에 수용할 수도, 그렇다고 방관할 수도 없는 현실입니다. 결국 한국 역시 미국이 운영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에 지금부터라도 교육과 예방 차원에서 현실을 시각화하여 알려야 합니다.
간략하게, 미국의 재활 시설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클라이언트가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기저 질환이 있다면, 새벽 5시에 일어나 혈압과 혈당을 확인하고 피검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이후 하루 일과가 이어집니다. 8시 아침 식사, 10시 간식, 1시 점심, 3시 간식, 6시 저녁 식사, 그리고 8시 취침. 통금은 9시로 정해져 있습니다. 폐쇄 시설은 아니지만, 외출은 자유롭지 않으며, 담당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규칙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경험하지 않고서는 그 답답함과 무게감을 실감하기 어렵습니다. 마약을 시작하고 중독이 되면, 자유를 박탈당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도 알려주었으면 합니다.
누군가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또 누군가는 현실의 고통을 피하고 싶어서 마약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끝은 대부분 스스로 빠져나올 수 없는 중독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흔히 “consequences”를 단순히 ‘결과’라고 번역하지만, 그 안에는 훨씬 더 무거운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한 번의 선택이 불러올 연쇄적인 파급, 되돌릴 수 없는 상실, 삶 전체를 송두리째 바꿔버릴 파괴력이란 의미를 가집니다. 마약 사용의 consequnces는 단순한 중독이 아니라, 다시는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에게 다가갈 수 없게 되는 단절일 수도 있고, 나 자신조차 되찾지 못하는 절망일 수도 있습니다.
지난 연재글 마약은 당신에게 쾌락을 주지 않는다 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누군가는 단 한 번의 마약으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뀔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우리의 소중한 자녀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만이라도, ‘학령기 아이들에게는 아직 마약 교육은 빠르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가정에서도 마약 예방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꼭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마약은 당신에게 쾌락을 주지 않는다 마약은 당신에게 쾌락을 주지 않는다. 마약은 당신에 마약은 당신에게 쾌락을 주지 않는다. 게 쾌락을 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