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08

일상 1 / 일상 2

by 청년 A씨

일상 1.


"요새는 어떻게 지냈어요?"


진료 때마다 듣는 말이다. 현재 나는 우울증, ADHD, 폭토 증상 등으로 인해 병원을 다닌 지 꽤 오래 되었다. 그럴 때마다 사실 할 말이 많은데도 나는 대답한다.


"그냥 평범했어요."


사실 폭식을 했고, 토를 했고, 집중이 잘 안 되고, 글이 안 써지고, 피로하고, 가끔은 울고 싶지만 울질 못하고, 엄청 신나다가도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지고 하는 일련의 일들이 있었지만 그 모든 대답을 평범했다 하나로 정리한다.


그러면 선생님은 나의 대답을 더 듣기 위해 이런저런 질문을 한다. 나는 그럴 때마다 최대한 대답을 해보려고 하지만 나쁜 말들은 어쩐지 잘 나오지가 않는다. 내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내가 얼마나 나아졌는지, 이런 일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대답만 나온다. 설령 그게 약간의 거짓이 섞여있더라도.


나는 왜 그럴까? 조용히 생각하다보면 누군가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 누구보다 제대로 증상을 말해야 할 사람임에도 나는 좋은 모습만 보이려 애쓴다. 그래서 글을 더 쓰고 싶다. 글은, 내가 쓰는 글만큼은 누군가에게 보여지면서도 나를 있는 그대로 더 보여줄 수 있으니까. 말보다 편한 것 같다.



일상 2.


근래에는 못 쓰고 있지만(안 쓰고 있기도 하지만, 여러 상황상 못 쓰는 것에 더 가깝기 때문에 못 쓴다고 표현하겠다.) 나는 진상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 쓰듯 에세이로 쓰고 있었다. 굳이 내가 겪은 게 아니어도 '청년이고 아르바이트를 해봤다면 겪었을' 이야기들에 대해 쓰고 싶기에 좀 더 진중하게 접근을 하려고 한다. 아무튼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최근에 나는 진상이 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최근 문제가 많은 쿠X의 배달 음식 앱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주소가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그래서 나는 기다린 시간이 아깝고 당장 배송이 돌아오지도 않아 화면을 뒤졌다. 그러다가 '재배송'이라는 글자를 봤는데, 나는 그게 정말 음식을 다시 해서 가져다주는 건 줄 모르고 그럼 잘못 배송된 곳에서 다시 배송해주나보다, 하는 심정으로 재배송을 눌렀다.


그러고 5분 정도가 지났을까,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배달 기사님이 찾아와 잘못 가져다두었다고, 혹시 앱으로 말했냐고 말을 했다. 그때 나는 여전히 '재배송'을 오배송지에서 배송지로 다시 가져다주는 거라고 해석하고 있었고, 고객센터에 말했냐는 뜻인 줄 알고 그건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음식을 다 먹고 치운 뒤 애인이 게임하는 걸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폰이 울리더니 배송 문자가 오는 것이다.


설마 싶어서 그제야 찾아보니 쿠팡 측 재배송의 뜻은 오배송지에서 다시 배송지로 오는 게 아니라 아예 음식을 새로 해서 가져다주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이걸 듣고 바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애초에 나는 서울에 살지 않아 쿠X이츠를 쓸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 이런 경우가 처음이었다. 게다가 배X의 민족을 사용했을 때, 배송지가 잘못 가면 고객센터에 문의해 배달업체에 연락, 다시 가져다달라고 한 적밖에 없었기에 이럴 줄 몰랐던 것이다. 그제야 머릿속에 쿠X이츠 배달원들을 부러 잘못 보내고 환불 받아 배달원에게 패널티를 주고, 저들은 음식을 공짜로 먹는다던 진상들이 떠올랐다. 부랴부랴 고객센터에 연락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재결제할 필요 없이 알아서 음식을 처리해달란 말이었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나 역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했던 적이 있었기에 이 일은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일이었다. 실제로 어떤 패널티를 받는 진 모르겠지만 돈을 물어내거나 해야 할까봐 미칠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배달원 개인의 연락처를 물어볼 수도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의도했든 아니든 진상이 된 나를 자책하는 것이었다. 옆에서 연인은 그런 내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고,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지만 여전히 마음에 좋지 않은 게 남아있다.


다음에 이런 일이 있으면 그냥 고객센터에 바로 연락해서 재배달이 아닌, 기사님 연락처를 달라고 하든지 해야겠다. 내가 원하지 않았는데도 무리한 일을 저지르다니 죄책감이 여전히 마음 안에 뭉근하게 똬리를 틀고 있다. 조금 더 조심하고 살았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도 들고. 여러 모로 마음이 안 좋다. 부디 그때 나를 담당했던 배달원분께 내가 저지른 실수보다 더 값진 행운이 찾아오길.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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