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오는 길
나는 사계절 중에서 겨울을 제일 좋아하는 편이다. 사실 계절들의 움직임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하나로 고정됐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래도 개중에 제일 괜찮은 걸 고르라면 겨울이다. 해가 짧아진다거나 겨울 음식이 좋다거나 하는 이유보다는 좀 더 가볍고 어린아이 같은 이유일 수 있다. 눈이 좋아서다. 세상에 내리는 하얀 물 결정이 좋다.
왜 좋은 지는 모르겠다. 나를 좋아해줬던 몇 번의 인연들은 내가 강아지를 닮아서 그렇다고 했다. 생긴 것도, 하는 것도. 그래선가? 그리 중얼거리며 품속을 파고 들었던 몇 번의 때를 기억한다. 그들의 곁을 나는 금방 떠나갔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겨울을 사랑하고 있다.
어쩌면 하얀 눈이 세상을 온통 같은 색으로 만들려 들어서일 수 있다. 나는 내가 까맣게만 느껴져서 사람들 사이에서 튀는 존재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들의 눈에는 안 튈 지언정 내 눈으로 봤을 때의 내가 너무 까매서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 같달까. 그렇지만 눈이 오면 거기에 가려져서 모두가 같은 사람처럼, 아니 같은 '것'처럼 보인다. 사람인지도, 물건인지도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펑펑 내리면.
그래서 눈이 좋다. 눈이 내리는 겨울이 좋다. 쓰다보니 이유를 알 것 같다. 이래서 사람의 감정을 토해내듯 글로 정리하는 건 중요한 것 같다. 그래, 난 겨울을 사랑한다. 수십 번의 겨울 속에서도 질리지도 않는 눈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