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줄 알았으나 내 곁은 항상 비어있지 않았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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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도 10월, 구로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예약된 검사와 상담을 받았다
수술 이야기가 나오고,
나의 상태의 전망에 대해 들었다
지금 수술을 하지 않고 시기를 늦춘다면,
휘어진 뼈에 장기가 눌리고 심장을 조일 것이다
너의 수명은 줄어들 것이다
생명에도 지장이 갈 수 있다
단순한 말이었지만 무거운 말이었고
사실 나 자신을 가장 막 다뤘던 그 시절의 나는
나를 가긍해함과 동시에 막연한 두려움을 싹틔웠다
엑스레이 분석사진을 쳐다보는
나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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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이 사실을 알릴 땐
말하고 있는 나도,
당연하지만 이를 듣고 있던 상사나 동료도
그 누구도 나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수술하고 바로 돌아올 거야?
여기로 다시 오긴 할 거니? 진짜 네 생각은 뭔데?
쉽게 물어봤고,
당연히 다시 돌아와야죠,
1달쯤이면 올 수 있지 않을까요?
쉽게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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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곧 다가올 공백과 미리 알 수 없는 고통의 크기는
매우 걱정하고 두려워하면서도
정작 내가 어떤 수술을 얼마나 오래 할지,
수술 후의 재활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내가 받을 이 수술은 정확히 어떤 건지
찾아보거나 구체적으로 대비하지 않았다
인생에 공백이 생긴다는 게 어쩌면 가장 두려워서
그 공백동안 어떤 걸 하면 후회하지 않을지
공백이 끝나면 내 경력은 어떻게 될지에만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다
무섭더라도 내가 받는 수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내게 생길 후유증과 증세는 어떨까
들여다보는 것이 오히려 나를 위한 길이었음을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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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하나둘 소식을 알릴 때,
한참 저 깊은 곳에 존재하는 커다란 무서움을
모른척하고 웃으며
별거 아니라고 얘기하고 다니다가
참아온 두려움이 터지는 순간도 물론 있었다
대부분 내가 더 의지하고 싶고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 앞에서 그러했다
그 당시 만나던 남자친구에게 말할 땐
웃으며 모든 이야기를 하다가
마지막엔 울음을 꾹꾹 눌러 담아 말했던 것 같고
병원 들어가기 전 엄마 앞에서는
울면서 말했던 것 같다
나 사실 너무 무섭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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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입원하는 날 전날은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하는 날이었다
10월 구로병원에서 수술 일정을 잡을 때
부러 한 달을 늦췄다
원래 일정대로의 수술을 하면
다니던 직장에서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나오게 되고,
다시 돌아갈 거지만
그래도 처음 1년은 채우고 가고 싶었다
나만의 작은 책임감이었고
회사에 대한 믿음과 나의 마음이 담긴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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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코로나로 힘들어할 시기에
입원을 하게 된다는 건
사실 정말 외로운 것이었음을 알지 못했다
집에 있는 용품과 애착인형을 챙기고
병적으로 항상 들고 있는
인생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용도의 노트 한 권을
손에 꼭 쥐고선 들고 온 샴푸와 워시제품들을
엄마와 함께 병실에 정리했다
처음엔 코로나 검사결과지를 제출하면
병문안을 올 수 있다고 했는데
나중에는 그것마저 불가하다 했다
혼자 병원생활을 하게 됨이 확실했다
벌써 외로움이 한가득 물밀듯이 들어와
마음이 초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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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전날, 정말 수많은 의사분들이 와서
내게 내 생명을 걸고 서명을 해달라고 하셨다
투약될 약물의 부작용과 치명적일 경우의 위험성,
정말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고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지만 동의하느냐-라는
내용의 설명들을 패드로 보여주며 쓱쓱 넘겼다
처음엔 무서웠으나 나중엔 기계처럼 서명을 했다
당연하지만 그들도 기계처럼 설명을 하고
감정 없이 패드를 내밀었다
그런 모습에서 사실 더 무서웠던 것 같다
의사님들은 나뿐 아니라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환자를 만나고
또 이렇게 돌아다니시는 수고가 있음을 알지만,
환자의 입장에서는
수술실에서 의식 없이 있을 내게도
감정 없는 수술을 할 것 같다는
서운함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나에게 존재하는 감정의 끝이 점점 분명해지고
서운함은 곧 미움으로 바뀌어 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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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바로 전날엔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한 번에 밀려와서
마음이 심란했다
고마웠던 인연들에게 하나하나 고마움을 전했다
그때 내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어 고맙다고
조금은 두렵지만 잘 이겨내고 와서
웃는 얼굴로 한번 만나자고 하며 말이다
사실 시간이 좀 지났음에도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던 건 용기가 필요했는데
긴 편지와도 같은 두서없는 내 말들에
생각 외로 더 많은 고마움을 담은 답신들이
속속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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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싸움
인 줄 알았으나 내 곁은 항상 비어있지 않았음을
알게 해주는 순간들이었다
연락을 먼저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해주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고
다들 나의 싸움을 함께 응원해 주겠다고 말했다
사실 인생의 많은 순간을
혼자만의 외로운 시간들로 채웠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 시절의 나의 모습이 뚜렷하고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하나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들은
분명 그 시간들 속에서도
내 꿈을 향해 전진하는 사람으로,
마음은 여리지만 착한 친구로,
뭐든지 열심히 했던 사람으로 나를 추억하고
또 여전히 내 곁에 남아있었다
평범한 하루 속에서
갑작스럽게 듣게 된 소식에도
마음을 선물해 줌에 참 감사했다
금식 10시간째,
잠들기 쉽지 않은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