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알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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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하고 나서 일을 다시 시작하기까지
나는 나의 아픔을 통제하지 못하였다
나의 아픔을 올바르게 알리는 방법을 몰랐다
감당이 되지 않는 통증이 있을 때
공황의 증상이 급격히 동반되어
그 공간을 뛰쳐나가 계단이나 복도, 화장실에
틀어박혀 펑펑 울기 십상이었다
그 당시에는 내가 공황을 앓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
단지 수술 후의 합병증 이겠거니와 했다
나 빼고 모두가 내 아픔을 모른다며 울었지만
나조차, 내 아픔을 완전히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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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나의 아픔을 꺼낸다는 것의 의미는
어긋난 자기 연민의 감정이 가장 컸다
아픔을 어렵게 꺼내보이고 난 뒤
그 사람의 눈동자, 표정 하나하나를 뜯어서 보고
혼자 큰 상처를 받곤 했다
때로는 약자임을 알았음에 무시를,
때로는 별 것도 아닌 걸로 유난 떤다는 평가를,
때로는 아픈 게 자랑이냐는 멸시를, 받았고
이는 갈수록 나 스스로 가시를 돋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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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울면서 소원을 빈 적이 있다
내가 아파하지 않으면서
나를 설명하는 날이 오기를,
나의 아픔이 누군가에게
쉬운 가십거리가 되더라도 아파하지 않기를,
웃으며 나의 아픔을 당당히 꺼내 보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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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타인에게 별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같은 말이라도
조금 따뜻하고 예쁘게 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 운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만 / 박준 -
말에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속 얘기를 함부로 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이 세상은 다른 이의 인생을 두고
너무 쉽게 평가하고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
마치 아무런 무게가 없는 것처럼.
아마 내가 가장 견디기 어려워하는 감정이다
누군가에게 ‘나’란 사람이 쉽게 대화주제가 되고,
뒤돌면 잊히는 그런 것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범하지 않은 내가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가장 힘든 말들을 꺼내야만 했다
나는, 아프다고.
이런 건 할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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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3년, 유난히 몸이 삐그덕 대고
성한 곳이 없던 나날을 보내고 있던 중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밥을 먹다 말고 숨을 들이켜고 내쉬기를 여러 번,
공황증세가 동반되어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고
불안해 보이는 상태가 되었음이 느껴졌다
나를 바라보는 직장선배에게
멋쩍게 웃으며 공기가 답답하지 않냐며 물었다
공황이 온 것 같기도 하다며
아무렇지 않게 내 아픔을 말했다
내 말을 들은 선배가 당황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게 느껴졌다
이후 선배가 나를 따로 앉혀두고 말했다
너의 그런 결점을 말하고 다니면 안 돼
네가 나를 친하게 생각해서 말해주는 건 고마운데
사회엔 못된 사람이 많아서 결점들을 말하면
너, 약하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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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거리고 당황스러웠다
맞는 말이었다
애초에 내 얘기를 쉽게 하지 않는 이유도
그런 평가들을 보고 듣기 싫어서였는데.
하지만 동시에 혼란스러웠다
나는 그렇다면 어떻게 이 아픔을 대해야 하는가
이전에 바라던 대로
나는 비로소 아무렇지 않게
나를 소개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또다시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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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은 채 며칠을 마음속에서 해메이다
직장에서 갖게 된 면담자리에서 들은 말에서
탁하고 무너졌다
내가 가진 장점과 단점에 대한 설명,
나의 단점은 내가 아프다는 것.
자세히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알지는 못하지만
열정이 부족해 보이던 이유가 그거였구나-
생각했다 하셨다
결점과 단점과 약점.
사회가 나를 표현하는 단어가 이런 것이구나
그 아픔마저도 나에겐 지켜야 하는 소중함인데,
나의 아픔의 이름은
이름마저도 아픈 것이어야만 할까
주절거리다 잃은 길 위를 가만히 쳐다보니
내리던 빗방울이 굵어지고 이내 땅이 젖었다
뒤를 돌아보니 마음속에서 질질 끌려오고 있던
터진 풍선조각이 눈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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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꾹 눌러져 있다 마음에서 터진 눈물이
목을 타고 올라왔다가
눈을 타고 다시 내려갔다
그 말들에는 사실 가시가 없었음을 잘 알았다
오히려 나에 대한 걱정과 응원이 담겨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다만 하필이면 그날은
하루 종일 차고 있던 무릎 보호대로
살이 발갛게 부어올라 패여버린 날이었고,
하필이면 그즈음의 나는
수술 후 가장 아프던 어깨가
유독 더 아팠던 나날을 보냈기에
그 말들이 슬프게 나를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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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귀에서 죽지 않은 말이
마음에서 오래도록 살아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