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감정들 속에서도 숨을 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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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을 했을 때 폐에 피가 차서
큰 바늘을 직접 등 뒤에 꽂고 그 피를 빼내는,
작업을 했었다
고문과도 같은 고통의 세 시간이었다
2분도 제대로 앉아있기 힘든 상태에서
몇 시간을 병상에 앉아
움직일 수도 없이 눈물만 뚝뚝 흘렸다
시계만 하염없이 쳐다보며
이 바늘을 당장이라도 집어던져버리고는
난동을 피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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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도르륵 툭.
폐활량을 늘리기 위해
내게 쥐어진 간이 호흡 연습기구를 만지작 거리며
더 하기 싫다- 가만히 생각했다
후 하고 불어 공 세 개를 최대한 높게 유지시켜
4-6초는 가능해야 하는데
자꾸 1-2초 내로 툭 하고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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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나는 숨을 잘 못 쉬었다
조금만 움직이면 헐떡이며 숨을 골랐고
식은땀과 사투를 벌이며 뭔가를 할 참이면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이 가빠지는 게
당연한 일상이었다
때문에 나의 공황은 스스로 알아채기까지
많은 시간과 방황 속에서 점점 심해져 갔다
지금이야 생각해 보면 모든 순간이
공황으로 기억되지만
몰랐기에 더 서툴고 낯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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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많은 공간에서
모두가 나를 주목하고 있는 것 같은 부담감,
막혀있는 공간을 탈출해야만 할 것 같은 공포,
내가 생각하고 있는 걸 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죽을 것만 같은 극한의 감정들,
그 수많은 것들이 옥죄어 오는 숨 막힘이 얽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점차 일상이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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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통제하지 못하는 내가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할 때는 불안이 섞여 있다
뭐든지 그렇다
나의 삶이 안정되지 않으면 나는 불안함을 느끼고
그 불안함은 곧 내 사람들에게 슬픔을 준다
공황인 줄 모르고
극한의 공황증세에 시달리던 때가 있었다
연인과 데이트를 하다가도
순간적으로, 아무 사전예고도 없이 치솟는 공황에
컨디션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불안해진 나는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내 상태가 정확히 어떤지 설명할 수 없었고
내 불안에 잠식되어 숨만 가쁘게 내쉬며
그토록 예민하게 안정을 찾아 해 멨다
상태가 어떤지 모르니 무언가 위해주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연인은
알게 모르게 속상함과 슬픔을
마음속에 가만히 쌓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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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허리를 포함한 몸의 통증으로 인한
날카로운 감각들과 아픔은
나의 공황에 불쏘시개가 되어
활활 타올랐다
내가 공황. 두 글자를 떠올리게 된 것 또한
아무 예고 없이,
어느 날 잠에서 깨어 두 눈을 뜨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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