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꼭 죽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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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독 어둠을 무서워했다
무언가 튀어나올 것만 같고
그 속에서 누군가 보고 있는 것 같다
두려움은 마음속에 존재하는 순간
허상을 만들어 내어
곧 현실이 되게 만들기에
내 허상은 현실과 혼동되기 쉬웠으며
종종 꿈으로 나타나곤 했다
그날밤은 오랜만에
귀여운 유령캐릭터 두 마리가 부르는 힐링송을
듣고 싶어 유튜브 검색창을 켠 날이었다
하나 곧 내 작은 휴대폰을 가득 채운 건
공포영화에 나오는 끔찍한 귀신의 얼굴이었고
그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하얘지며
몸이 굳어버렸다
불도 다 꺼져있었던 터라
하얗게 질린 나는 다급히 폰을 닫고는
쿵쿵 울리는 심장을 잡고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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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더 생생한 건
내가 공황을 앓고 있음을 자각한 날이기 때문이다
전날 새하얗게 질려 억지로 잠을 청한 탓인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머릿속에 어떤 문장과 단어만이 가득 찼다
나 꼭 죽을 것만 같다
..공황장애. 공황. 공황장애. 공황….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던 그 감정이
정말 기괴하고도 희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날 밤에 봤던 귀신의 얼굴을
제대로 끄지 않고 자는 바람에
휴대폰을 켜는 순간 한번 더 봐버린 것이다
어스름한 새벽녘에
나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손을 떨면서 출근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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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빠진 호흡과
심장소리가 귀에서 둥둥 울리는 걸 느끼며
버스에 타오르는 순간
다시 한번 죽음에 대한 극한의 공포감이
나를 휘감았다
버스가 전복되는 상상,
사고 나는 상상,
살인마가 타서 나를 죽일 것 같은 두려움 등
그 두려움은 버스에서 내리고
회사로 걸어가는 5분 거리에서도,
회사에서 늘 하던 일을 하면서도 계속됐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지극히 평소와 똑같은 일상,
아침시간에 겪었던 그 모든 공포감이
퇴근길 나를 정신병원 앞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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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한창 엉망진창이던 시기에,
버티며 일을 해가던 때에,
머릿속에
내 정신도 지금 많이 아픈 것 같다-
라는 생각이 가득 차자
그토록 비참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떨리는 손으로 잘 쳐지지 않는 키보드 판을 눌러
“근처 정신병원”을 검색하는 일 또한 그랬다
그맘때쯤부터
버스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은 날이 차츰 없어졌다
매일 몸에 관해 서러운 일과 감정이
내 속에 들끓었으며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정신은
일상에서도 점차 망가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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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때를 포함해 정신병원 앞에 갔던 적은
10번 정도 있었는데 단 한 번도 진료를 받지 못했다
무엇인가 모르게 용기가 나지 않아
문 앞에서 1시간쯤 서성이다
복도에서 계단에서 울고는 집에 돌아오곤 했다
기껏 용기를 내어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땐
예약하지 않으면 진료가 어렵다는 그 말에
또 상처받아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여려진 마음에 작은 생채기가 나면
멈추지 않는 피가 철철 흐르곤 하던 때였다
멈추는 방법을 몰라
두 손으로 가만히 피를 받아 도로 마셨다
약한 와중에도 내가 쓰러지는 게 싫었다
두려움에 잠식되는 기분,
통제되지 않는 고통,
끝도 없는 나약함,
쉽게 느껴버리는 죽음의 공포,
쉬어지지 않는 숨,
떨림을 막을 수 없는 손,
멈춰지지 않는 식은땀,
안정되지 않는 심장소리
그 모든 것의 가장 극한에 있는 것.
그때의 내가 겪은 ‘공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