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의 죄를 용서해 줄래? (1)_

정상이라는 말,

by 현채움



현재; 수술 후 3년째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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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심장통증과 호흡곤란으로

한 달 전 예약해 놓은

용인 세브란스 병원을 갔던 날이었다


9시 반 예약시간에 8시 출발을 예정해 두고

엄마 아빠, 나의 아침이 시작되었다

뒤숭숭함에 늦게 잠을 청한 탓인지

기분이 썩 좋지 않았음에

아침부터 먹고 씻으라는 말에

반항하듯 먼저 씻고 나왔다


늦장 부리며 천천히 머리를 말리고

천천히 옷을 입는 동안

머릿속에 밥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까마득히 지워졌다


핑계를 하나 대자면,

그즘따라 유독 입맛이 없고

위가 유난히 작아진듯한 일상이 반복되었었다

(그날 아침도 왠지 금식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나가기 5분 전 식어있는 밥을 발견한 엄마의

미간이 쯧하고 찌푸려지고는

잔소리 한 다발과 함께 분주하게

덮개를 찾아 밥을 덮었다


괜스레 미안해지고 삐걱거리는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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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타서 30분 정도면 가는 용인으로의 여정,

속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미슥거림이 점점 심해지자

갇혀있는 차 안 공기에 의식이 집중되며

공황증세가 시작되었다


.. 아빠.. 창문 좀… 열어주세요


힘없는 목소리로 한 마디 툭 내었다가

대답 없이 에어컨 조작 버튼을 만지는 아빠


.. 아빠 창문 좀.. 열어줘요


못 들었나 싶어 한번 더,

이에 에어컨 틀었다며 안된다는 뜻을 비치는 아빠


울컥함과 동시에

죄여오던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순간의 감정이 토해졌다


숨이 안 쉬어진단 말이에요!

창문 좀 열어달라니까요!!


내 소리침과 맞물린 엄마의 말소리


- 애가 더워서 그런 게 아니라 숨이 안 쉬어져서 그래

뒤에 창문 좀 열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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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창문에 대고 숨을 쉬다가 울다가 잠에 들었다

병원이라는 소리에 일어나 차에서 나오고 나니

조용한 나의 예민이 시작되었다


병원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걱정스러운 엄마의 챙김을 받으며

의료진의 눈빛 행동 하나에 상처를 받고

나의 아픔을 그들도 이해하고 살피려 하는가

찬찬히 뜯어보며 매초마다 곱씹었다


그렇지 않다는 판단이 들면

칼로 베일 듯한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저 의사. 아무래도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너무 대충 검사해요. 여긴 믿을 수가 없어요


엄마의 하- 한숨소리와 또 시작이라는 말 한마디

뒤 따라오는 그러지 좀 말라는 말


내가 입으로 상처를 내뱉은 만큼의 상처를

도로 내 가슴에 새기는 짓을 끝도 없이 반복했다

누구에게 상처를 내려했던 걸까

아무래도 모르겠는 바보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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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하고 움직이고 대기하는

그런 평범한, 병원에서의 일정

가만히 앉아있을 동안 멍하니 허공을 보다가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러다가 꾸벅꾸벅 졸다가

다시 눈을 뜨고 또 눈물이 흐르도록 두었다


_


….

제가 3년 전에 척추수술을 하면서

폐에 피가 찼어서

그걸 빼내는 작업을 했던 이력이 있고요

이후 공황장애가 발병되면서

3년 동안 숨찬 증세랑 심장통증이 계속됐어요


-.. 가슴통증이요.


아.. 네 그래서 수술 이후로

심장에 물이 차서 심장비대증 진단을 받았고요

그리고..


- 네 일단 사진상으로 봤을 땐

심장 크기가 커 보이진 않구요. 정상입니다

심장 초음파와 정밀검사를 해봐야 하는 부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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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이라는 말,

아픈 내가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

내가 아픈데 정상이라고..

그럼 나는 왜 아픈 거야

나는 심장이 쥐어짜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는데

가슴통증이라고 말을 바꿔 듣는 건 또 뭘까


분명 그렇게 듣지 않아도 될 맥락에서

곧이 상처가 될 부분만 골라 잡아

또다시 생채기를 냈다


생각들이 갈피를 잃고

점점 엉켜 들어가 내 마음을 헤집었다

곧 비뚤어진 마음이 축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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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검사들이 우후죽순 잡혔다

하지만 그날의 검사를 끝내고 나니

내게 쓰여있던 악귀가 몰라보게 걷어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주변을 챙겼다


엄마의 수저를 챙기고

맛있는 반찬을 내어드리고

엄마의 눈을 마주치고 얘기를 했다


.. 오랜 시간 얘기를 했다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집 앞의 카페에서,


엄마는 말했다


- 현서야 오늘 엄마는 알았어

너, 정말 심각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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