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의 죄를 용서해 줄래? (2)_

엄마는 이제 너의 아픔을 보내주려 해

by 현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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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조용히 조용히

음악을 틀어두고 가만히 생각을 했다

아니 사실 아무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병원이라는 곳을 다녀만 와도

나는 한없이 다른 사람이 되고

끝없이 아픈 사람이 된다


이런 모습을 보고도

내 곁에 남아있을 사람이 있을까

솔직히 많이 슬프다


아픔에 젖어있던 그때처럼

아파하지 않고 당당해지는 법.

무너지지 않는 법.

그게 가장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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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한 조명만이 빛을 내는

조용한 방 안, 그림자 속에 숨어있는 나를

엄마가 두드려 잡아끌어냈다


엄마가 그 부르튼 손으로 내 손을 잡고 말했다


엄마의 죄를 용서해 줄래?


울면서,

엄마의 감긴 눈에서 그득그득 맺힌 눈물이

뚝뚝 떨어지며, 울면서 말했다


너의 중학생 시절, 외로운 너를 홀로 내버려 둔 것,

그래서 너가 혼자라고 느끼게 만든 것,

너의 삶을 슬프게 만든 것,

엄마가 너의 몸을 살피지 않아

너가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겪게 만든 것,

결국 너의 몸을 가르게 만든 것,

이렇게 평생토록 아프게 만든 것

전부 다 사과한다


미안하다는 말로 대신할 수 없겠지만,

그동안 엄마에게도 그날의 기억들이

트라우마처럼 남아

그때를 떠올리면 항상 아팠었지,


엄마는 이제

너의 아픔을 보내주려 해 현서야

엄마는 이제

울지 않으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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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항상 생각했다

나는 왜 이 아픔에서 벗어날 수 없을까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 이유는

아마 내가 아직도 여전히 아프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고통이 찾아올 때마다

나를 그때 그 병실로 데려가는 것 같다


일부러 밝게 미소 짓고 더 해맑게 웃으며

일상을 보내다가도 정신 차리라는 듯

허리통증, 다리통증이 찾아오면

고통에 정신이 지배되어

‘평생’, 평생이라는 무게감이 나를 짓누른다


그럼 나는 슬퍼지고

절뚝이는 다리를 가만히 쳐다보다

허리통증에 정신이 아득해지다

결국엔 표정이 사라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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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얘기를 듣는데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어쩌면 내게 가장 필요한 게 저게 아닐까? 였다


그 누구보다도 필요하다

이 아픔을,

이제 그만 보내주는 법이-

한번 울고 털어낼 수 있는 거면 좋겠지만

이미 나는 수없이 울어댔는걸


내 생각엔 나는 답답해하고 있는 것 같다

어디가 얼마나 안 좋아서 어떻게 아프고

어떤 방식으로 관리해야 나을 수 있는지,

정답을 찾아 그토록 정처 없이

헤매이고 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궁금하다 정답이라는 게 존재하는 것일지,

사람들은 수많은 정답들을 찾으며 살아가는데

나는 그들과 같은 삶을 살 수 있을지

스스로 외면하고 있는 두려움의 존재를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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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말했다

내 곁에 항상 당신이 있었음을 안다고

나는 당신 덕분에 삶의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고

엄마의 잘못은 단 하나도 없다고


마지막까지

엄마의 죄를 사하여 주겠냐는 질문이 돌아왔지만

그저 엄마의 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내민 손을 조용히 잡았다


아픔을 보내주려 한다는 엄마의 말이

왜 그렇게 사무치게 슬펐는지는 모를 일이다


수술실 안에서 14시간 동안

의식이 없었던 나,

수술실 밖에서 14시간 동안

자신만을 탓하며 한없이 울고 앉아있었을 엄마,


누구에게 내려진 벌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우리는 매 순간 말하진 않았었지만

수없이 많이 되돌아갔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그때 그 수술실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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