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련한 의지와 미숙한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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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수술 1년 뒤 봄꽃이 완연한 어느 봄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다시 일을 시작했다
수술 후 첫 복귀 실패 이후 3개월 만이었다
일을 하는 내내 느낀 건 딱 두 가지였는데,
첫째는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것에서 오는 행복
둘째는 몸 이곳저곳의 통증에 대한 고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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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하기 전, 오른편으로 갈비뼈가 휘어있었다
척추에 눌린 장기들이 살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뼈를 한쪽으로 밀어낸 것이다
때문에 척추 고정술을 할 때
나의 갈비뼈는 서너 개 정도 절단되었다
눈을 떴을 때
온몸을 움직일 수 없게 했던 통증은
비단 척추를 건드리는데서 온 것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신경들이 몇 개나 잘리고 소실되었는지
감각이 사라진 곳이 많고
피부가 잘린데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부분도 있다
뼈의 위치나 모양이 수술로 단시간에 변형되면서
자리 잡고 있던 근육의 배열 때문인지
특히 어깻죽지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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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굳게 먹고 행복하다 생각하는 일을 하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매일을 이겨내고 보람을 느끼는 선택지뿐이었다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식은땀을 뚝뚝 흘리면서
벅찬 숨을 홀로 조용히 고르면서,
끊어질 듯한 발목을 애써 모른척하려 애썼다
하루 종일 내려다보고 일해야 하는 주방에서
사실은 1분 1분 고비를 넘기며
너무 자주 고개를 들지 않으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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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면
빠르게 아무도 없는 공간으로 와
비닐봉지에 가득 넣은 얼음을 왼쪽 발목에,
저주파 마사지 기계를 오른쪽 발목에 갖다 대고
하도 깨물어 헐어버린 피투성이 입 안을
혀로 가만히 만지며 생각했다
오늘도 많이 힘들었다
그리고 잘 해냈다
나는 내일이면 덜 아플 수 있을 거다
발목에서 뗀 마사지기를
목 뒤에, 손목에, 무릎에 붙였다
가게의 평온한 피아노 소리가 둥둥 마음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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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를 대자면 나는 많이 미숙했다
이렇게 아픈 사람이 될 줄 몰랐어서
내 아픔을 다루고, 알리는 방법에 특히 서툴렀다
성격상 다른 이에게 피해를 끼친다고 생각하거나
나에 대한 배려를 요구하는 것 자체를 못하면서
담당 셰프님께 가서 용기를 내어 나에 대해 말했다
실은 제가 일 년 전에 척추 수술을 해서
이런저런 합병증이 있습니다
일하는 데 있어 제가 말씀드릴 게 있는데
혹시 시간 괜찮으신가요?
가만히 내 이야기를 듣던 셰프님은 먼저 물으셨다
면접 보신 실장님은 알고 계시는 거냐고
혹시나 해서 물어본다고
네, 그럼요 다 말씀드렸었습니다
사실 회사입장이니 당연하다 생각하지만
아플 때는, 전후 상황 상관없이 참 서글프다
마치 아픔을 숨기고 위장취업이라도 한 것 같이
쳐다보는 눈빛에 애써 아무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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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스케줄 근무인 베이커리였기에
몰아서 휴무를 주시는 것보다
띄엄띄엄 길지 않게 일하고,
차라리 짧게 쉬게 해 달라 부탁드렸다
주방 안을 가득 채우는 음악 소리에
귀의 통증이 심해져
일할 때 소음 차단용 작은 귀마개를 끼는 것에
양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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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놓고 말을 하고 나니
두 가지 달라진 점이 있었다
첫 번째는 내 아픔을 어느 정도
다 같이 이해하는 선에서
배려받을 수 있었다는 것
두 번째는 내 아픔이 선을 넘어
원치 않은 방면으로
모두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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