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지 않은 일은 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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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모든 것엔 이유가 있다 하나
언젠가 나에게 주어진 이 아픔이
한없이 가엾고 슬프게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아기로 돌아와 버린 나는
그 시간을 오로지 연민으로 채워
나를 이 뾰족한 사회로부터 지켜야 한다며
나의 가시를 세웠다
사회에 다시 나왔을 때 나는
매 시간마다 이를, 혀를 있는 대로 꽉 깨물어가며
버티고 버텼지만 식은땀을 멈추지 못할 만큼
상태가 매우 좋지 못했다
오로지 내가 하고 싶은 이 일을 해내야만 한다는
사명감과 ‘하고 싶다’라는 네 글자에 기대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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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쓰는 직업인 파티셰라는 꿈을 꾸면서
통제할 수 없는 고통뿐인 몸을 가지고 있다는 건
사실 꽤나 슬픈 일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집중해서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상에
나에겐 단 1분의 편안함도 존재하지 않았다
어깻죽지는 불을 붙여놓은 것처럼 타들어갔고
발목은 톱날로 갈고 있는 것처럼 끊어질 것 같았고
허리는 주먹으로 하도 많이 내려쳐 멍이 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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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전, 한 달 혹은 한 순간뿐일 거라
애써 어림짐작 해봤던 고통은
실제로는 매일매일 가시로 뒤덮인 산을
맨발로 오르는 것처럼 힘겨웠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길 바랐지만
나아질 수 있을지, 앞이 무척이나 깜깜했다
사실 수술한 지 7개월이 넘어갔을 땐
복귀를 예상한 시기는 코앞인데
몸 상태에 호전이 없으니 나의 불안으로 얼룩진
조급함이 나를 덮쳤다
나이가 어린 데다
처음부터 경력을 쌓을 예정이었던 내게
생긴 공백기는 나를 위축되게 만들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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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셰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당시 내가 들어간 곳은 공장형으로
사람을 굴리는 방식의 베이커리 업장이었다
하루 종일 사람을 튀김기 앞에 세워놓고
허리를 숙여서 빵을 굽다가
몸을 접어서 튀김기를 닦고
쪼그려서 바닥을 밀어야 했다
항상 책임감과 고지식함이 얽혀 살아가고 있던
내가 단 하루 만에 그 일을 그만두었다
퇴근하고 한참을 가게 앞에서 서성거리며 울었다
내 몸이 감당을 못할 것 같아서.
오늘 겪은 이 끔찍한 고통을
매일 겪을 자신이 없었다
나답지 않은 나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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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하고 싶고 일하고 싶은 곳 중에 일 순위,
그 당시 내가 아는 최대의 세상을 선택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내가
조급함이 앞서 업장 명성만 보고
덜컥 입사를 하고 퇴사를 하고 나니
한 가지 더 확실해진 게 있었다
나는 이제 정말 내가 행복하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할 수 없는 사람이구나
무언갈 좋아하는 마음 없이 억지로 하는 순간
고통에 온 신경이 쏠려서
그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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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1년 여 후 나는 나의 세상을 다시 찾았다
꼭 가고 싶었던 베이커리에 합격을 했고,
이곳에서 생겨난 사회의 선과 악에 대한
거대한 파도가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폭풍전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