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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 가는 길

위대한 단어 '어머니'

by 구자훈

산소 가는 길


고속버스를 타고 산소를 가는 길이다.

터널을 지날 때마다 백열등처럼 명멸하는 빛

어둠

밝음

또 어둠...


잠깐이면 가실 어둠일 뿐

짹짹대는 여섯 개의 입은

떼어낼 수 없는 천근의 무게, 캄캄한 어둠


오월의 빛 속에 서 있는 나는

그 어둠의 한 자락도 만지지 못했다.


그이의 시간을 한 줄로 늘어놓으면

밝은 마디가 얼마나 있을까?

있기나 했을까?


늘 애달던 막내를 보는 이슬 내린 눈


어느 날 한복 수수히 입고

말갛게 씻긴 막내 손잡고 장터 가신다.

입가에 시커먼 자장면을 닦아주던 손길


그때가 그 한마디였기를...

내 밝았던 마디 마디가 그이의 것이었기를...


누이와 함께 만나러 가는 길 끝에

“그이가 5월 햇살속에 웃으며 서 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며 그렇게 꿈꾼다.


202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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