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여행기 <12>

12. 페트라는 사실 (물가가 엄청 비싼) 등산코스다.

by 쌀주호

예정된 출발시간에서 약 40분이 지나자 버스가 도착했다.

마을버스 같이 작은 사이즈의 버스가 들어와 당황했는데,

티켓에 배정된 자리에 관계없이 일단 티켓이 있는 대로 사람들을 태웠다.

기사 바로 뒷자리가 남아있어 비교적 편하게 갈 수 있었다.

복도에 접이식 의자까지 모두 펼쳐두어 버스는 완전히 만석이었다.

버스에 타자마자 긴장이 풀린 것인지 금세 잠에 들었다.

눈을 뜨자 창밖에는 붉은 사막이 펼쳐졌다.



IMG_7551.HEIC 저 사막 어딘가에 페트라가 있다.


버스는 페트라 매표소 바로 앞 정류장에 내렸다.

숙소까지는 도보로 10분 정도 걸리는 위치였다.

당일에는 아무런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우선 숙소로 사부작 걸어가기로 했다.

정류장에서부터 많은 택시 기사들이 우리를 따라왔다.

워킹워킹(Walking! Walking!)이라고 말을 해도 차를 뒷전에 두고서 계속 따라왔다.

버스에 내려 담배를 피우느라 승객 중 나와 진규가 가장 늦게 나왔기 때문에,

유독 우리에게 더 많은 기사들이 안겼다.

정류장이 있는 주차장을 거의 가로질러 출구에 다다르자 그제야 그들은 차로 돌아갔다.



IMG_7553.HEIC 정류장이 있던 주차장. 새벽에 먼저 출발했던 버스가 주차돼있다.


무더운 사막을 배낭을 메고서 오르막을 오르려니 죽을 지경이었는데,

숙소 입구는 불안한 철제 계단을 3층을 올라야 해서 더욱 죽을 맛이었다.

숙소 로비에 짐을 푸니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한 시간 후 청소가 완료되면 침대를 내주겠다는 직원의 말에 소파에서 낮잠을 청했다.

버스에서 잠을 청했어도, 밤을 꼬박 새운 것과 진배없었기 때문에 바로 잠에 들었다.


진규가 체크인을 하자며 나를 깨웠다.

숙소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혼자서 겨우 잘만한 캡슐에 베개를 두 개 넣어둔, 가격이 싼 이유가 있는 숙소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좁은 캡슐에서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기에, 우선 로비에 앉았다.

로비에 앉아 어차피 내일 저녁 아카바로 이동할 터이니,

여기서 1박만 하는 게 참 다행이라며 진규와 아카바에서 하루 머물 숙소를 예약했다.

저렴한 호스텔이 있었지만 조금 더 투자해서 넓은 호텔을 예약했다.



IMG_7555.HEIC 충격적이었던 캡슐호스텔...


나는 이미 암만에서 출발 전에 아침으로 팔라펠을 먹었기 때문에 허기지지는 않았지만,

진규는 식당에서 홍차만 한잔 했었기 때문에 무척 배가 고팠다.

와디무사는 어디를 가든 가격이 무척 비쌌기 때문에 나는 호스텔에서 그를 기다리기로 했다.

금세 돌아온 진규는 어디선가 커피와 튀긴 만두 비슷한 것을,

만오천 원 가까운 금액을 주고 먹고 왔다.

그는 약간의 배탈을 호소했는데,

구글맵에서 가장 저렴한 곳을 찾았더니 위생이 매우 불결했다더라...

호스텔에서 9디나르(한화 약 17,000원)에 현지식 뷔페를 저녁에 제공한 데서,

조금씩 허기가 졌지만 와디무사에서 가장 저렴한 한 끼를 위해 버텼다.

뷔페는 역시 지녁 최저가 저녁의 퀄리티에 부합했다.

음료는 없었고(물도 유료!) 고기반찬으로 양고기 미트볼과 닭다리가 나왔는데,

닭다리는 인당 1점씩 제한 배급 되었다...

양고기 미트볼은 잡내가 너무 심해서 먹기 힘들었다.

같이 진열된 안남미 쌀밥과 샐러드로 배를 채우고 일찍 잠에 들려고 했는데,

습도 내부의 습도와 열기, 주변의 코골이로 잠을 설쳤다.



IMG_7559.HEIC 19,000원짜리 저녁식사. 감지덕지하며 먹었다.



IMG_7560.HEIC 좁은 캡슐에서 잠을 설쳤다. 소리가 울리는 구조라 방음도 전혀 안되었다...


호스텔에서 아침 뷔페를 7디나르(한화 약 14,000원)에 제공한다 했지만,

어제저녁 퀄리티에 도저히 먹을 자신이 없어 포기했다.

공복 상태에 페트라로 향했다.

요르단 입국 전 구매했던 요르단 패스에 페트라 1일권이 포함되어 있어 바로 들어갔다.

페트라 끝까지 가려면 엄청난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나는 도저히 그 계단을 오를 자신이 없어 중간에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던 며칠 전,

페트라 주차장에서 지프차를 타고 뒤쪽 입구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알았다.

매표소에서 요르단 패스를 입장권으로 교환하고 한국어 카탈로그를 챙겨 지프차에 탑승했다.

요금은 5디나르(한화 약 9,500원)으로 30분 타는 합승 지프차치고 비쌌지만,

나의 도가니를 아끼는 값이라 생각하면 저렴했다.



IMG_7563.HEIC 페트라 뒤로 돌아가는 합승 지프차. 잠깐 타는데 거진 10,000원...



IMG_7562.HEIC 페트라 뒤쪽 입구. 여기도 이런저런 유적이 있었다.


뒷문으로 돌아와 바위산 등산을 하다 보니 어느덧 유명한 건물을 보았다.

이후로 계속 계단을 내려갔는데 공복상태로 등산을 하다 보니 당이 떨어졌다.

중간 노점에서 바로 짜주는 오렌지 주스를 1디나르(약 1,900원)에 마시고 계속 내려갔다.

중간에 군대 슬리퍼를 신고 온 진규가 계단에서 미끄러지는 찐빠가 있었으나,

벤치에 앉아 쉬던 중 한국인 아저씨와 대화를 하며 아름다운 풍경을 거슬러 내려갔다.



GPTempDownload.JPG 엄청 비싼 물가, 엄청 힘든 등산로, 그 가치를 증명하는 유적.


IMG_7604.HEIC 한줄기 단비 같은 오렌지 주스와 멋진 풍경.



IMG_7625.HEIC 페트라 코스의 마지막 고비, 시크 협곡.



아침에 체크아웃을 하고 숙소에 짐을 맡겼기 때문에 우선 숙소로 돌아갔다.

전날 숙소 앞 슈퍼에서 콜라를 한 병 샀다.

이미 예약해 둔 아카바 숙소값과 아카바에서 탈 택시비,

요르단 출국세를 제외하면 더 이상 남을 디나르가 없었다.

우리에게는 암만에서 가져온 감자칩 1 봉지와 콜라와 사이다 각 한병,

키프로스에서 가져온 먹다 남은 누텔라와 식빵 5조각이 있었다.

와디무사에서는 카드를 받는 식당은 끼니에 3만 원 이상의 가격을 요구했고,

버스 출발까지는 7시간이 남았으며,

우리는 전날 저녁 이후로 내리 공복 상태였다.

그리고 아침 반나절동안 등산을 하고서 샤워도 못한 상태에서 앞으로 7시간 동안,

우리 둘 몸둥아리를 뉘일 곳도 없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중동 여행기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