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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Mar 23. 2022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2021)” 스필버그의 메시지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1961"의 한 장면 (iPad air 4, Adobe Fresco)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1961”,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2021”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1961에 영화로 만들어져 아직까지도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뮤지컬의 클래식으로 손꼽히며 당시 아카데미 상을 10개나 휩쓴 작품입니다. 리메이크가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것과 같은 영화들이 몇몇 있습니다. 그 금기시되는 목록에 이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도 있습니다. (“벤허”, “빠삐용”도 리메이크가 되었으니 이제 “아라비아의 로렌스”만 남은 것인가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리메이크가 불안하면서도 기대가 동시에 되었던 이유는 리메이크 작품의 감독이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림   그리고 이야기 하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2021)” 스필버그의 메시지


스필버그 정도 되는 감독이라면 호기롭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리메이크하겠다고 나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단지 영화감독 인생 후반기에 이정표를 세우고 싶은 욕심으로 나섰다고 보기는 힘들 겁니다. 한 번도 연출한 경험이 없는 뮤지컬 장르의 첫 도전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라니요!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고 난 후 평가는 “무난하다.”였습니다. 좋은 화질과 깨끗한 영상 퀄리티가 눈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고, 뮤지컬적인 아름다움과 멋도 잘 살렸습니다. 어쩌면 영화적인 표현에서는 오리지널보다 세련되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하지만 영화 “라라랜드”를 뛰어넘지 못하는군요.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2021)”는 오리지널의 문제점도 손보지 않고 고스란히 가져옵니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를 근간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댄스파티 장면까지는 반짝반짝 빛나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의 허점이 노출되기 시작합니다. 비극으로 치닫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죠. 이점은 스필버그도 극복하지 못합니다.


특히 리메이크작의 문제는 캐스팅입니다. 남자 주요 배역진들이 실망스러웠습니다. 샤크단 리더의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은 넘어가겠지만, 남자 주인공 토니 역의 “안셀 엘고트”의 뮤지컬 연기는 별로였습니다.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에서 안셀 엘고트는 정말 매력적이고 영화 배역에 완전히 녹아들어 갔었죠.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면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뮤지컬 경험이 없었나요? 뮤지컬적인 연기는 아니었습니다. 매우 어색했습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2021)”는 여전히 “레너드 번스타인 (작곡)”과 “제롬 로빈스 (안무)”의 영화였습니다. 그동안 보여주었던 스필버그의 독특함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번스타인의 음악과 로빈스의 안무는 클래식과 현대의 조화를 여전히 탁월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스필버그는 왜 이 영화를 만든 것일까요?


이 영화를 보다 보면 1961년작과 조금 뉘앙스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1961년작에서는 갈등의 두 축인 제트 파와 샤크 파는 그저 비슷한 깡패집단 같이 보입니다. 하지만 2021년의 스필버그는 그 두 집단이 보여주는 이민자와 토착민의 갈등에 좀 더 집중합니다. 샤크 파(푸에르토리코 이민자)로 대변되는 이민자들의 삶을 비중 있게 부각시킵니다. 선량한 이민자 샤크 파를 백인 토착민 제트 파가 부당하게 몰아내는 모양새입니다. 1961년작에서도 이 같은 갈등이 나타나고 있지만 본격적인 메시지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1961년 개봉 후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미국의 현실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심각한 갈등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지난번 어느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촉발된 이민자들을 차별하는 대우는 2021년작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속의 모습과 오버랩됩니다. 


영화 속 공간적인 배경인 웨스트 사이드 거리는 한참 재개발 중입니다. 도시의 하층민인 샤크 파도 제트 파도 결국 거리를 떠나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곧 없어질 자신들의 영역을 두고 의미 없는 싸움을 벌입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엉뚱하게 선량한 주변 사람들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영화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스필버그는 60년대의 할리우드 클래식 뮤지컬을 현대에 리메이크하면서, 여전히 바뀐 것이 없는 지금의 미국을 비판하려 한 것은 아닐까요?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2021"의 한 장면 (iPad air 4, Adobe Fr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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